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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역 레일자전거

Posted March. 25, 200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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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찍은 간이역

에 이르는 이 구간은 섬진강 줄기와 철도, 국도(17호)가 나란히 달리고 있어 전라선 구간 중 풍광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일반 기차로 가면 10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시속 20km 이내로 달려 왕복 1시간 정도 걸린다. 차창 밖 풍경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첫 역인 구 곡성역에 들어서면 수십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현대시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겨운 시골마을과 어우러진, 이 아담한 간이역은 뭔지 모를 정겨움을 안겨준다.

이곳은 최근 상영 중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무대가 되기도 했다. 625전쟁으로 갑작스럽게 피란길에 오르게 된 진태(장동건)와 영신(이은주)의 가족. 그러나 피란열차를 타기 위해 도착한 대구역사에서 진태와 진석(원빈)이 강제 징집돼 군용열차에 오르면서 가족, 사랑하는 연인과 기약 없는 이별을 하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이곳은 이별과 슬픔, 분노가 공존하는 아수라장으로 묘사됐지만 실제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시골 간이역이 주는 썰렁함도 전혀 없다. 개찰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증기기관차부터 최신형 초고속열차까지 기차의 변천사를 나타내주는 조각물이 눈에 띈다. 그 옆에는 초가지붕 원두막 형태의 쉼터도 마련돼 있다. 볼수록 아기자기하다.

느릿느릿 미니열차

미니열차가 천천히 출발한다. 섬진강을 끼고 산모롱이를 돌 때마다 한적한 전원 풍경이 두루마리처럼 펼쳐진다. 소리 없이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와 넓게 펼쳐진 논밭, 그 사이사이로 허리를 숙인 채 분주히 손놀림을 하고 있는 아낙네들. 그 평화로운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비닐 커튼 틈새로 슬며시 들어오는 봄바람마저 포근한 느낌이다.

곡성역에서 남쪽으로 3km 지점에 있는 호곡리에는 호젓한 호곡나루가 서있고 조금 더 가면 빨간 교각에 출렁거리는 깔판을 깔아 한눈에 띄는 두가현수교가 있다. 밤에는 교각 아래 오색 조명등이 불을 밝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금상첨화.

가정역에 도착하면 기차에서 내려 남쪽으로 조금 더 걸어 내려가 보자. 압록마을 압록유원지에는 3만여평의 넓은 백사장이 독특한 멋을 자아낸다. 잔잔한 섬진강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쉼터 중의 하나다.

덜커덩 덜커덩 레일자전거

미니열차와는 별도로 구 곡성역사에서는 철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색체험도 할 수 있다. 자전거 바퀴와 철로를 맞물리게 해놓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도 페달만 밟으면 쉽게 탈 수 있다. 미니열차가 달리는 철로를 제외한 나머지 철로를 이용하며 역사 내 300m 구간에서 왕복할 수 있다.

자전거는 연인이나 가족이 탈수 있는 2인용, 4인용도 있다. 흔히 2인용 자전거는 앞뒤로 앉아 타지만 이곳에서는 옆으로 나란히 앉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며 탄다. 처음에는 자전거가 무거워 힘을 많이 주어야 하지만 탄력을 받으면 혼자 타도 잘 굴러간다. 페달을 밟으면 철로 위에서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기차 소리와 비슷해 마치 기관사가 된 듯한 느낌이다.

레일자전거를 타고 미니열차처럼 섬진강 자락을 달리면 좋으련만 역사 안에서만 탈 수 있다는 점이 좀 아쉽다. 안전사고 예방때문이라고 한다.

미니열차는 주말과 공휴일에 하루 4차례 운행되며 단체 관광객이 요청하면 수시로 운행한다. 미니열차와 레일자전거는 관광 홍보를 위해 10월까지 무료로 운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