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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고교

Posted March. 04, 200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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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한 이후 첫 학기를 맞은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학교는 매일 교사회의를 잇달아 열어 대책을 짜고 있지만 교육 당국이 구체적인 시행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우왕좌왕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서울지역 고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수준별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실시 등에 대체로 찬성했지만 수행평가 비중 확대나 사교육비 경감 효과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수행평가 비중 확대 반대=강남과 강북지역 고교 학운위의 학부모와 지역 위원 각각 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4%가 수준별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에 찬성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82%는 수행평가 비중을 높이는 것에 반대했다. 반대한 학부모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교사의 평가 기준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운위는 학교 운영정책 전반을 결정하는 협의회로 교원, 학부모, 지역 인사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학운위원들의 의견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반영될지를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교육방송(EBS)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37%에 머물렀다.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공부 부담만 늘어난다는 의견이 52%로 절반을 넘었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믿고 자녀의 과외나 학원 수강을 줄일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3.2%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반영 비율을 높이는 데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강남지역 학운위원의 67.3%가 반대했지만 강북지역 학운위원은 59.2%가 찬성해 지역간에 뚜렷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혼란스러운 학교=일선 학교는 분주히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수준별 이동수업과 보충수업 등을 당장 시작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K고 박모 교사는 보충수업 과목과 시간표, 교사 확충 등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막막할 따름이라며 교육인적자원부가 프로그램 운영 모범사례나 현실적인 운영 방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