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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연일 군불때기

Posted January. 25, 20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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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정국에 개헌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군불을 때는 쪽은 물론 한나라당이다. 최병렬() 대표에 이어 26일에는 한나라당 내 원조 개헌론자인 홍사덕() 원내총무까지 가세했다. 홍 총무는 최 대표가 제기한 분권형 개헌론에 대해 적절하다고 평가한 뒤 민주당, 자민련과 협력해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거들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양수겸장=한나라당이 불씨를 댕긴 개헌론은 총선전략이라는 측면 외에 총선 이후의 정국 주도권까지 잡아채려는 나름의 심모원려()에서 나온 듯하다.

당초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으로 2여 1야의 편안한 선거 구도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동영() 체제의 등장으로 열린우리당이 상승세를 타면서 총선국면을 공세적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홍 총무의 계속된 설득에 꿈쩍도 하지 않던 최 대표가 개헌론 점화의 전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개헌론을 매개로 민주당과 자민련을 반노() 전선에 깊숙이 끌어들임으로써 열린우리당 포위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물론 한나라당의 개헌론에는 또 다른 복선이 깔려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정서다. 홍 총무는 노 대통령이 나라를 이대로 그냥 끌고 가도록 놔둘 수 없다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돼 있다. 일부 권한을 제한해서라도 나라가 제대로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개헌론은 노 대통령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70%의 민심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보장하지만, 권력은 3야 공조세력이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야권 공조는 가능할까=개헌론의 최대 우군()이어야 할 민주당의 입장정리는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권의 절반을 되찾아오겠다고 외쳐 왔으나 그 절반은 한나라당식의 분권형 개헌이 아니라 책임총리제를 의미했다.

물론 상당수 중진들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지만 조순형() 대표는 지금은 개헌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는 시각이다. 한-민 공조의 역풍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과 개헌문제를 연계시키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측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여권에서 먼저 개헌문제를 들고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헌론의 전제와 전망=한나라당의 개헌론은 헌정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의 권한과 임기를 야당이 결정하겠다는 선전포고라는 점에서 총선 이후 정국에 험난한 파고()가 닥칠 것임을 예고한다.

개헌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이 국회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헌 가능 의석을 말한 것이지 여론이 이를 뒷받침할지의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피워 올린 개헌론의 봉화를 둘러싼 일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영찬 이승헌 yyc11@donga.com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