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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한반도정책]<2>미 강경파 당국자의 직격탄

[워싱턴의 한반도정책]<2>미 강경파 당국자의 직격탄

Posted January. 15, 2004 15:41,   

첫 눈발이 날리던 지난해 12월 초순의 어느 날 오후. 워싱턴DC 중심에 자리 잡은 행정부 청사를 찾은 기자는 테러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미국의 오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 며칠 전부터 생년월일과 여권번호를 제출하고 신분확인 절차를 거쳤지만 다시 서너 차례의 검문검색을 거쳐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건물 내 약속 장소까지 동행할 직원이 내려올 때까지 방문객들은 무작정 로비에서 대기해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런 절차를 거치느라 길게 늘어선 대기자들의 줄로 북적대고 있었다.

20여분 후, 마침내 북핵 문제에 깊이 관여하며 스스로를 우익매파(right wing hawk)라고 말하는 당국자와 마주앉았다. 익명을 전제로 한 백그라운드 브리핑 자리였기 때문인지 그는 북한이 핵을 제3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은 군사적 조치를 감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언성을 높이는 등 평소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차이가 있나.

우리가 핵, 생화학 무기, 비확산 정책, 그리고 인권 문제 등을 한꺼번에 그리고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클린턴 행정부는 한 가지씩 차례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방식은 이미 실패했다.

부시 행정부가 선을 그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북한의 핵 개발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이야기하면 그것은 곧 군사적 조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최근 목표점(북한의 핵 완전포기)을 향한 진전이 있는 한 북핵 6자회담은 계속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가장 적절한 현재 우리의 입장이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머뭇거렸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미국은 레드라인의 정확한 뜻을 밝히길 꺼린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레드라인은 핵 재처리를 의미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어겼고 클린턴 행정부는 아무런 (군사)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말을 해놓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미국에 대한 신뢰와 위상은 떨어질 것이다. 다만 분명한 레드라인은 북한이 핵무기를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6자회담이 다음 일정도 마련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는데.

1월 중순이든 2월 초순이든 2차 회담은 분명 열릴 것이다. 결실을 이룰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곧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북한이 2차 회담에 임하겠다고 해놓고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에 대해 나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진짜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는가. 아니면 앞으로 대북 강공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일종의 수순 밟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거리낌없이 둘 다(both)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6자회담은 아직도 최선의 방법이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만일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고 6자회담이 결렬돼 미국이 북한 문제를 유엔에 상정하거나 다른 강경책을 쓰는 상황이 되더라도 미국은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보다 많은 신뢰를 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강경책이라 하더라도 군사조치는 고려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거듭 왜 아니냐(why is that)고 되물었다. 차분했던 그의 목소리가 격앙됐다.

왜, 누가 그런 말을 하나? 유감이다. 그렇게 말하는 대신 군사적 대응은 상당한 희생이 따를 것이며 따라서 현재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나 핵 물질을 수출하기 시작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감행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는 이런 미국의 결정에 찬성할 것이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가 더 많은 희생을 막는 방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우리에게 자기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의 일부 지역을 제한 공격(limited attack)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고 그에 따른 비상대책(contingency plan)을 갖고 있다. 당장 실행에 옮긴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 정책과는 너무 거리가 있다.

정확한 단어 하나하나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노 대통령은 선거캠페인 기간과 임기 초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한반도 내 평화를 정착시키겠다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치르면 한국은 참전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도움이 되지 않은 발언들이었다. 우리는 한국과 안보동맹을 맺은 국가다. 그런 발언들은 곤란하다.

대북관에 있어 한미간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북한을 국제적 위협으로 보지만 한국은 지역적 문제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를 살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까지 걱정해야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청와대 외교안보팀에 대한 워싱턴의 평가가 부정적이라고 하던데.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 반기문() 외교보좌관과 젊은 보좌진은 다르다. 두 사람은 이상주의적이지만 우리는 한미간 차이점에 대해 스스럼없이 대화한다(여기서 그는 두 사람을 스트레이트 슈터스(straight shooters•정직, 공정한 사람)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한국 외교부 당국자들이 청와대 내 젊은 보좌진을 가리켜 탈레반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청와대와 외교부간의 불협화음이 문제인 것 같다.



김정안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