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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한반도 정책]<5•끝> 시리즈를 마치며

[워싱턴의 한반도 정책]<5•끝> 시리즈를 마치며

Posted January. 09, 2004 23:16,   

동아일보 신년기획 시리즈 워싱턴의 한반도정책-무버 & 셰이커(Mover & Shaker)가 5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이 시리즈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정책 결정에 영향력이 큰 워싱턴 당국자들과 싱크탱크 연구원 및 교수들을 연쇄 인터뷰해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 시원히 들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악의 축 제거를 공언한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큰 시점에 이는 한반도의 명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본보는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고 접촉한 뒤 12월 초 기자를 워싱턴에 파견했다. 인터뷰에 응한 15명 가운데 현재 백악관이나 국무부에서 한반도정책에 직접 간여하고 있는 3명에 대해서는 본인들의 요구에 따라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연쇄 인터뷰에서 들은 현장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특히 하드라이너(hardliner•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심지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사들을 탈레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미 동맹이 위기라는 주장에는 강온파가 따로 없었다.

본보는 시리즈 1회와 2회에 워싱턴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3회에는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정책을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드는가를 다룬 뒤 4회에 한반도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부의 분열 양상을 다루기로 했다. 마지막 5회에는 우리측 북핵정책을 총괄하는 NSC의 이종석() 사무차장과의 인터뷰를 전면으로 다루기로 했다.

본보는 지난해 12월 31일 NSC에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어 1월 2일 오전 NSC 대변인이 인터뷰 요청서를 e메일로 보내달라고 요구해 그대로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NSC는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법적 대응을 거론했다. 다음날인 3일에는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본보 보도를 비난하고 다시 한 번 법적 조치를 운운했다. 시리즈가 겨우 2회 나갔을 때였다.

이제 시리즈는 끝났다. 동아일보는 NSC의 법적 조치를 기다릴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이 시리즈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지 지켜볼 생각이다.

NSC는 본보가 인터뷰한 미국측 인사들을 만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의 기본양심을 의심한 것이다. 영향력 있는 워싱턴 인사들이 하지도 않은 말을 신문에 게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NSC의 사고방식이 두려울 정도다.

전쟁 상대국과도 외교는 하는 법이다. 하물며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과 대화할 때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라도 만나서 토론하고 설득해야 한다.

본보 시리즈 4회에서 다뤘듯이 미국도 한반도정책을 놓고 강온파로 분열돼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판국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상대만 만나려는 자세로 어떻게 우리 입장을 관철할 수 있단 말인가. 시리즈가 겨우 2회밖에 나가지 않은 시점에서 법적 대응 운운하는 조급성으로 어떻게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겠는가. 이러니 탈레반이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감정은 이런 사람들에게 국가 안보정책을 맡기고 있는 이 나라의 장래에 대한 걱정이었다.

부디 NSC는 본보가 인터뷰한 미국 인사들에게 일일이 확인해 공언한 대로 법적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 아니라면 정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NSC는 동아일보와 시리즈를 기획한 기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김상영 you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