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자금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대선 당시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당 재정위원장) 사무실에 SK비자금 100억원 외에도 거액의 현금을 쌓아 뒀다는 당 재정국장 이재현씨의 검찰 진술은 충격적이다. 구속 중인 이씨는 이 돈을 라면상자와 사과상자 등에 담아 가로 3m, 세로 5m, 높이 1.2m의 공간에 4단으로 쌓아 뒀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수백억원대로 추산되는 이 돈이 다른 기업들로부터 불법 모금한 대선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을 얼마나 거둬들였기에 사무실을 현금 박스로 가득 채우다시피 했단 말인가. 이회창 전 총재의 대()국민 사과는 한낱 정치 쇼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이 전 총재가 사과하면서도 불법 대선자금 규모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혹시 이런 사정 때문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의 사과에 이어 의원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갖고 앞으로는 어떤 경우에도 기업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이런 맹세가 무색해져 버렸다. 우리는 털어 놓았으니까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고백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역시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씨가 SK비자금 외에 다른 돈을 받은 단서가 있다는 검찰의 발표 또한 우리를 절망케 한다. SK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이 궁금해 한 것은 과연 최씨를 보고 돈을 줬겠느냐였다. 다른 돈을 더 받았다니 역시 이번에도 상대방이 최씨만을 보고 줬을까.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더 이상 해명을 미뤄서는 안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확대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의 대선자금 모금도 마찬가지다. 입을 열 때마다 모금액이 달라지니 의혹만 키울 뿐이다.
검찰은 여야 가리지 말고 대선자금 비리의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국민은 이제 여야 어느 쪽 말도 믿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