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20년 측근인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대선 직후 SK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은 충격적이다. 도덕성과 개혁을 앞세워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비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최도술 의혹 규명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구속영장에 나타난 것만으로는 최씨가 받은 돈의 성격과 사용처, 대통령과의 연관 여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최씨 비리는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한 첫 번째 이유가 된 만큼 개인 차원을 넘어선 문제라고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모른다 할 수 없다. 눈앞이 캄캄했다는 말을 했다. 세 야당이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고, 검찰 수사가 미흡하면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간에는 최씨가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해 당선 축하금 등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다. 최씨가 11억원을 받은 날은 대선 직후인 데다 노 대통령 아들의 결혼식 날이었다고 한다. 대선기간이었다면 선거자금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 후였으니 지극히 구태적이고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또다시 특검을 부르는 수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측이 누구를 보고 돈을 줬는지, 받은 돈은 그뿐인지, 다른 데서는 안 받았는지, 노 대통령과는 사전 사후에 얘기가 있었는지 등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노 대통령도 스스로 밝힐 것은 숨김없이 밝히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는 검찰이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까지 수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일부의 의구심을 씻어주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야당은 구체적 근거가 있는 내용이라면 의혹을 제기하되, 무책임한 정치공세는 삼가야 한다.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는 최씨 비리 의혹을 매듭짓지 않고는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모든 것이 대통령과 검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