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사진)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새 정부 경제정책의 불투명성과 친()노동계 성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우리은행 주최로 열린 우리 다이아몬드클럽 창립 총회에 참석해 새 정부의 노선상 문제점이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철도노조의 파업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친노동계 성향은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새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등 온건주의자를 기용했지만 시장은 정부의 노선에 안도와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부가 외국인 투자유치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발전시설 민영화를 확실하게 추진하는 등 시장에 신호(사인)를 준다면 다음달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무렵에는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또 카드사 부실은 정부가 문제를 키운 측면이 크고 늑장 대응에 이은 과잉조치가 시장비용을 증대시켰다며 뒷북성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소비가 살아날 때 금리를 올리고 재정은 줄였어야 했는데도 이를 역행하는 정책조합을 썼다면서 올 들어 정작 금리를 내려야 할 때 내리지 못하고, 조기 재정집행이 필요한 시기에 미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경제가 급격히 살아나기도 어렵지만 대내외 여건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더 나빠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뒤 부동산 증권시장 신용카드 등과 관련, 신용붕괴를 항상 우려해야 하지만 급격한 조치로 화()를 불러오지도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이 전 장관은 북핵 협상은 장기화될 것이고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과 투자환경은 북핵 문제에 예민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과 북한간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과 재경부 장관을 지내면서 DJ 정부 초기 금융과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