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특별석에서 스스로 일반 관중석으로 옮겨갔다.
붉은악마 5000여명은 16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 축구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에 응원단으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공식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지난달 29일 열린 콜롬비아전을 제외하고 빅게임에 대거 모습을 나타낸 것은 처음.
그러나 이들의 응원모습은 예전과 판이했다. 과거 경기 수시간 전 별도 입장해 대규모로 조직적인 응원을 펼치던 모습이 사라진 것. 일반 관중들과 같은 시간에 입장해 각자의 지정좌석에 흩어져 앉았다. 경기 때마다 등장하던 대형 현수막도 눈에 띄지 않았다. 세로 2m, 가로 10m의 재일동포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비교적 작은 현수막을 선보인 것이 전부. 입장권도 축구협회에서 할인권을 우선 배정받던 것과 달리 개인적으로 전국 은행에서 개별 구입했다.
한일전 응원을 준비한 붉은악마 김용일(28)씨는 특별대접을 받기보다는 일반 축구팬과 똑같이 대우받고 함께 응원하는 것이 진정 우리가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관중이 붉은 악마가 되었다는 자신감도 응원방식의 변화를 만든 배경.
지난해 월드컵 때는 중앙집중식 응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월드컵에서 꿈을 이룬 만큼 더 이상 특별대우나 중앙집중식 응원을 하지 않기로 한 것.
붉은악마는 최근 축구협회 지원으로 3년간 무료이용해온 축구회관의 사무실에서도 나왔다. 자비를 들여 서울 동대문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근처에 60평 남짓한 문화방을 임대해 홀로서기에 나선 것.
월드컵 당시 미디어팀장이었던 신동민( 31)씨는 붉은악마의 꿈은 월드컵을 통해 이뤄졌다. 이제는 관중과 함께하는 평민으로 거듭날 때다고 말했다. 진정한 축구팬은 자비를 들여 축구를 관람해야 한다는 것이 붉은악마의 생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