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세계 경제인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2328일 스위스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일명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신뢰 구축(Building Trust)으로 정해졌다. 올해 포럼에는 각국 국가원수 및 정부수반 29명과 81명의 각료, 1000여명의 기업 대표를 포함해 99개국에서 모두 2150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제를 신뢰 구축으로 채택한 것은 지난해 엔론을 위시한 미국 기업들의 연쇄 회계부정 사건 여파로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위기 공감대 때문. 또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사태 등으로 서방과 이슬람의 불신 역시 극에 달했다는 주최측의 판단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과 정부에 대한 신뢰 재구축이야말로 지구촌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의 핵심이라는 취지가 짙게 깔려 있다.
경제보다는 정치?=다보스 포럼은 통상 참석자의 60% 가량이 기업인이다. 경제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올해 세계경제 둔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문제 등 주요 정치 변수들이 부각됨으로써 정치 문제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참석은 그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포럼 기간인 27일 유엔의 이라크 사찰 보고서가 안보리에 공식 제출되고 28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발표되는 등 다보스 논의에 파장을 미칠 국제정치적 변수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는 민주당 정동영 고문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다. 북한의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초청 받았으나 참석여부는 미지수.
반 세계화 운동의 표적=반 세계화 운동 단체들에 다보스 포럼이 세계화의 첨병으로 인식되면서 해마다 격렬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스위스 군은 19일부터 해발 1500m의 다보스 시와 인근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 정체 불명의 비행체가 진입할 경우 즉각 격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럼 참석자 2000여명에 대한 경호비용만도 1000만달러(약 120억원)가 든다는 게 스위스 당국의 추산. 스위스 군경이 반 세계화 시위대의 다보스 접근을 엄중 차단하면서 다보스에서의 시위 허가는 받았는데 (다보스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반 세계화 단체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예년처럼 세계화 반대 세력들이 규합해 출범시킨 세계사회포럼(WSF)도 같은 기간에 열릴 예정이다. WSF의 산파역이었던 브라질 노동당 지도자 출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릴 이번 WSF 개막식에 참석한 뒤에 세계화의 상징인 다보스 포럼에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화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