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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순수성 논란

Posted January. 08, 2003 23:01,   

자신이 촛불시위를 제안해놓고 이를 마치 네티즌의 의견인 양 인터넷 언론매체에 기사화한 여론 자작극 사건을 계기로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의 순수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각 인터넷 사이트에는 자신이 익명으로 제안한 촛불시위를 객관화해 기사로 만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뉴스게릴라) 김기보씨(30학원강사네티즌명 앙마)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앞으로 촛불시위의 전개 방향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 반응=8일 오마이뉴스와 앙마의 홈페이지에는 앙마와 오마이뉴스의 합작품에 기만당했다는 내용의 네티즌 항의가 쏟아졌다.

촛불시위에 참석했다는 윤미씨(25연세대 중문과4년)는 순수한 뜻에서 이 시위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이 결국 보이지 않는 의도에 따라 움직인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최영권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앙마가) 무슨 이유로 당당하게 자신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나. 비굴한 짓을 하면서 남보고 당당해지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작극 당사자들을 비난했다.

반면 박병호씨(28고려대 대학원졸)는 앙마라는 사람 때문에 시위에 참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놀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앙마 김씨는 이에 대해 시민기자의 자격을 스스로 반납하고 앞으로는 오마이뉴스에 투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순수성 논란=촛불시위로 대변되는 여중생 치사사건 항의집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여중생추모, 책임자 처벌이라는 당초 목적보다는 각종 시민운동단체의 운동 목적에 도구로 이용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촛불시위는 당초 150여개 시민단체들이 가담한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측이 지난해 11월26일 서울 종로2가 서울YMCA 앞에서 시작했다. 앙마 김씨가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자는 제안을 내놓은 뒤 참여자가 급속히 확대돼 최고 6만여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운동 기간 중 노사모 회원들이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 특정 후보 지지 양상이 빚어졌고, 일부 청소년들까지 반미와 주한미군 철수 구호를 외치는 등 당초 뜻을 벗어난 이념운동으로 변색되기도 했다. 범대위측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 다음이 8일 촛불시위 참가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10만2000여명의 응답자 중 범대위가 지향하는 반미, 미군 철수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각각 8%, 3% 선에 불과했다.

범대위측은 8일 참가 단체들이 분담금을 내거나 거리 모금, 시민들이 낸 후원금 등으로 회당 수천만원에 이르는 시위비용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인직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