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종이호랑이가 아니야.
호화군단 삼성생명 비추미가 2003년을 짜릿한 승리로 열었다.
삼성생명은 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금융그룹배 2003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현대 하이페리온과의 개막전에서 76-74로 승리를 거뒀다. 직전 대회인 2002 여름리그에서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에 무릎을 꿇은 지 4개월여 만에 설욕을 한 셈.
삼성생명의 베스트5 중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4명 모두가 국가대표 주전. 그래서 삼성생명엔 잘하면 본전, 못하면 치욕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경기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미선과 박정은이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변연하의 컨디션 역시 정상이 아니어서 삼성생명이 예전 위력을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비시즌 기간 중 세계선수권과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외국 강호들과 맞서며 경험을 쌓은 국가대표 호화군단 삼성생명의 위기관리능력은 대회 첫날부터 빛났다.
4쿼터 1분52초가 진행되고 삼성생명이 60-59로 단 1점을 앞선 상황. 삼성생명 쪽 코트에서 점프볼이 있자 재간둥이 가드 이미선은 동료들에게 눈짓을 하며 상대편 코트 끝으로 달려갔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도 알아주는 점프력을 자랑하는 크롤리를 믿었던 것. 아니나 다를까, 31세의 노장 크롤리는 정확히 이미선에게 공을 건넸고 이미선은 노마크 속공 레이업으로 응답했다.
한번 승기를 잡자 삼성생명은 속공과 지공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상대를 요리하기 시작했다. 정해진 포인트가드 없이 서로 기회가 생기는 동료에게 패스를 찔러줘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작전. 이미선이 곧바로 다시 레이업슛, 이어 박정은과 김계령이 연달아 오픈찬스에서 미들슛을 성공시키자 종료 5분19초를 남기고 68-61로 점수차를 벌렸다.
박정은이 3점슛 2개를 포함해 23점으로 양팀 최다득점을 올렸고 크롤리 17점, 김계령 12점으로 승리를 도왔다. 현대는 경기 종료 직전 전주원이 3점슛과 드라이브인으로 연속 5점을 올리며 추격에 나섰으나 역전시키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