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야 솟아라, 파도야 부서져라. 남녘 제주에서 한국마라톤의 희망이 달린다.
남자 마라톤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 보유자 이봉주(33), 여자 마라톤 한국 최고기록(2시간26분12초) 보유자 권은주(26), 그리고 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 챔피언 정남균(25). 한국 마라톤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팀의 남녀 스타들이 제주에서 새해 아침을 힘차게 열었다. 한국 최고기록 경신을 꿈꾸며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달리고 또 달린다.
봉달이 이봉주의 새해 목표는 런던마라톤 제패와 한국 최고기록 경신. 지난달 15일 제주에 내려와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새벽과 오전 오후로 나눠 웨이트트레이닝과 서키트트레이닝, 그리고 달리기(주당 280)로 차츰 훈련 강도를 높여왔다.
이봉주는 5일부터는 경남 고성에서 본격적으로 스피드와 지구력을 가다듬는다. 13일엔 아시아 최고기록 보유자인 다카오카 도시나리(32일본)와의 대결이 기다린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고쿠라를 잇는 99.9레이스의 아사히역전경주가 그 무대. 이어 2월엔 중국 쿤밍에서 지옥의 고지훈련에 돌입한다.
2000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1분29초로 우승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정남균. 그의 새해 목표는 3월 동아마라톤 우승이다. 부상의 질곡에서 벗어난 그는 새벽마다 넘실대는 파도 앞에서 3년 전 우승이 반짝 우승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마라톤 여왕 권은주도 97년 한국 최고기록을 세운 뒤 줄곧 발바닥 부상에 시달렸다. 그는 한물 간 선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재기의 칼을 간다. 겨울 바람에 얼굴이 부르트고 귀가 떨어져나갈 만큼 아파도 3월의 영광을 떠올리면 힘이 난다.
동아마라톤에서 화려한 탄생을 꿈꾸는 선수들은 또 있다. 이명승(24최고기록 2시간19분47초)과 박주영(23최고기록 2시간17분56초)은 남자부에서 2시간10분벽 돌파에 도전한다.여자선수 오정희(25최고기록 2시간35분11초)도 선배 권은주에게우승을양보할생각이없다.이들이내뿜는뜨거운입김에제주의겨울이녹는다.
건국대 체육진흥공단 수자원공사 한국전력 구미시청 마라톤팀도 동아마라톤 출전을 목표로 이달 중 제주에 훈련캠프를 차린다. 마라톤의 겨울 메카 제주는 그래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