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7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북한에 핵 프로그램 파기를 요구하는 한편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방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90년대 초 이후 1, 2개의 핵무기를 생산했을 수 있다는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의 평가를 인용해 나는 그들이 적은 숫자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AFP통신과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7일 조지 W 부시 행정부 관료를 인용, 북한이 핵무기 2개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이 관료가 북한이 94년(제네바합의) 이전에 핵무기 1, 2개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며 북한이 핵무기 2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이 핵 계획을 시인하고 4개의 핵 협정을 위반했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핵사찰 검증은 아무런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말해 사찰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핵 프로그램의 즉각적인 폐기를 북한측에 요구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는 18일자에서 미국의 정보관계자들은 북한이 최근 시인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 장비를 제공한 주공급자는 파키스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무기 로 쓰이는 등급의 우라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가스 원심분리기 등이 포함된 이들 장비는 90년대 말 이후 북한이 파키스탄에 인도의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미사일을 공급한 거래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보분석가들의 말을 인용, 북한의 자강도 하갑이 농축우라늄 핵무기 개발 장소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17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의 존재를 시인한 것은 걱정되고 정신이 들게 하는(troubling and sobering) 뉴스라며 다음주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스콧 매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또 부시 대통령은 이 문제를 외교 통로를 통해서 다루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8일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가 일본의 국익에 매우 중요하며 일본은 이달 말 재개되는 북-일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의 한 정보소식통은 18일 미국은 북한이 94년 제네바합의 체결 이후 서너 차례에 걸쳐 핵무기 개발시도를 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95년 5000만달러를 들여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플루토늄 완제품 구입을 시도하는 계획을 포착한 뒤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농축우라늄 개발 움직임도 핵무기 개발 움직임으로 평가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의 단계와 관련해 북한이 아직 핵무기 전 단계로 사용할 수 있는 고농축 실험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제3국으로부터 반입한 증거는 포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 수준이 아직 실험단계로까지 접어들지는 않았다며 북한의 수준은 초보적인 단계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도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필요한 핵폭발 실험을 했다면 지진파나 공중파 등으로 감지되지만 그런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