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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무장지대 마침내 열리나

Posted September. 15, 200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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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열기로 한 것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획기적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중요한 합의다. DMZ는 한국전 이후 남북한을 갈라놓은 분단의 상징이자 크고 작은 무력충돌을 겪으며 남북한 모두 전쟁 재발의 공포에 떨게 한 냉전의 잔재가 아닌가.

비록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하는 DMZ 가운데 서쪽에서 폭 250m, 동쪽에서 폭 100m의 좁은 틈이 열리지만 분단의 상징이 남북을 연결하는 물꼬가 되는 것은 상전벽해()라 해도 좋을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뢰와 폭발물이 도처에 깔려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남북을 오가는 철로와 도로의 마지막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극적인 역사의 반전이다.

가장 미묘한 의제였던 DMZ 내 군사보장조치까지 타결됐으니 18일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착공식과 뒤이은 19일 지뢰제거작업을 시작으로 한반도가 다시 세계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 역사적 이벤트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고 도움이 되는 길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호혜적 자세로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력 때문에 남한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북한의 무리한 요청이 있다면 우리측은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금강산 실무협의가 북한에 제공할 지원액수와 방식 때문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돈으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한반도 주변 상황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17일에는 북-일 정상회담이 열려 양국관계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대화를 단절하고 있던 미국도 일본의 대북 접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변 4강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하지만 한반도의 주역은 남북한이라는 인식이 절실한 상황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는 남북한이 주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남북한의 교통로 연결은 그런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