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회사 근처의 S스포츠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회사원 강모씨(31)는 운동하러 갈 때마다 운동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운동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자신이 원하는 운동기구를 사용하려면 한참 순서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짜증이 난 강씨는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으나 스포츠센터측이 환불 절대 불가라고 밝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입장에 놓였다.
강씨는 6개월간 48만원을 내고 이용하기로 계약했는데 스포츠센터측에서 약관에 따라 환불은 안 되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만 가능하다고 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적만 걸어 놓은 채 계약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포츠센터 이용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스포츠센터들이 일정 기간 이하의 회원은 아예 받지 않고 해약을 요구하더라도 환불을 해주지 않는 등의 횡포를 부리고 있어 이용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의 C스포츠센터에 다니는 회사원 하모씨(26여)도 스포츠센터측의 횡포에 할 말을 잃었다.
하씨는 마지막으로 나오고 싶은 날 45일 이전에 해약을 해야 한다고 해 찾아갔더니 이번 달은 이미 카드로 금액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한 달을 더 다녀야 한다고 했다며 계약조건에 문제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피해보상 규정이 애매해 이용자들은 제대로 구제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마련한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은 계약을 해지할 때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회비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공제한 뒤 나머지를 환불해 주도록 하고 있으나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은 스포츠센터에 대한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3월 28일 스포츠센터에 대해 소비자의 주의를 촉구하는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는 데 그쳤다.
또 수영장을 제외한 체육시설에는 정원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 상당수 스포츠센터들이 운동할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마구잡이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강남의 한 스포츠센터 스쿼시 강사는 강사들은 회원을 데려오면 수당을 받기 때문에 할인을 해주면서까지 회원을 끌어오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상가격을 낸 회원과의 형평성 때문에 시비가 일기도 하고 지나치게 회원이 많아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스포츠센터의 횡포에 맞서 인터넷에는 특정 스포츠센터를 겨냥한 안티커뮤니티까지 생기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당국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소비자보호원은 회원 가입시 계약사항을 명확히 확인할 것을 당부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보호원 한승호() 팀장은 계약을 해지하고 싶으나 환불을 해주지 않을 경우 즉시 계약내용에 대한 내용증명을 업체측에 보내주고 이 사본을 첨부해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우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