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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증도 않고 총리 지명하더니

Posted July. 31, 2002 22:18,   

국회가 어제 장상() 국무총리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큰 표 차로 부결시킴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아들들 비리 등으로 국정장악력을 상실한 김대중() 정부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당장 내각을 총괄해야 할 총리자리가 공석을 면치 못하게 됨으로써 공직기강 해이 등 행정부 전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임기 말 현상이 가속화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김 대통령은 빠른 시일 안에 새 총리후보를 물색해 국회동의를 얻어야 한다. 차제에 헌법 조항에도 없는 서리제도는 없애야 한다.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이란 사태가 발생한 근본 책임은 임명권자인 김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애초 장씨를 총리서리로 지명한 것은 여성총리라는 상표를 활용해 야당이 다수 의석인 국회의 임명동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고 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란 상징성에서도 여성총리에게 적잖은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정의 제2인자라고 할 총리는 성()보다는 당사자의 도덕성과 자질, 국정운영능력 등이 우선되어야 마땅하다. 여성이니까 적당히 넘긴다면 그 또한 역설적 성차별이 아닌가.

청문회 과정에서 장 지명자는 첫 여성총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했다. 박사학위 대학원의 표기 문제, 아파트 불법개조 논란 등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정적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여러 의혹에 대해 줄곧 책임전가와 말 바꾸기, 자기 변명으로 일관한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민을 실망시켰다.

여성총리지명자가 국회 임명동의에서 부결된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그 이유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총리로서의 도덕성과 자질의 문제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이 뒤늦게 여성표를 의식해 네 탓을 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