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안보구멍 왜 뚫렸나

Posted July. 02, 2002 23:00,   

김대중() 대통령이 그제 일본에서 햇볕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구태여 반대할 뜻이 없다. 햇볕정책이 남북한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갖고 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햇볕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려면 확고한 안보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안보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햇볕정책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김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햇볕정책은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날도 확고하게 안보를 지키면서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서로 협력하는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김 대통령이 주장한 안보는 지켜지지 않았다. 북한 경비정이 지난달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무력도발을 한 것은 우리의 안보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지를 생생히 보여준 사건이다.

본란이 지적했듯이 우리 군은 김 대통령이 99년 6월 연평해전 직후 지시한,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와도 선제공격을 하지 말라는 등의 이른바 4대 수칙만 생각하고 있다가 어이없이 당했다.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확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평해전 때의 차단기동작전(밀어내기)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등의 소극적인 대응태세로만 일관하다 보니 불길에 싸인 북한 경비정마저 그냥 도망갔다. 안보가 햇볕정책의 밑받침이 된 것이 아니라 햇볕정책만 의식하다 보니 오히려 안보가 위태롭게 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합동참모본부가 어제 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에 곧바로 경고-격파사격을 하도록 작전지침을 변경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김 대통령의 말대로 햇볕정책 때문에 서해교전이 일어난 것은 물론 아니다. 햇볕정책이 없던 시절의 남북한간 군사 충돌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띤 적이 많다.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햇볕정책의 그늘에 가린 안보의 허점을 이 기회에 분명히 보완하자는 얘기다. 안보는 모든 것에 우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