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페인의 월드컵 8강전이 열린 22일 전국은 주말을 맞아 쏟아져 나온 500여만명의 거리응원 인파로 마치 끓는 활화산을 연상케 할 정도로 붉게 물들었다.
거리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대형 전광판이나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 등 전국 곳곳의 거리응원 지역에서는 오색축포와 형형색색의 풍선이 하늘을 붉게 수놓았다.
이날 서울 170여만명 등 전국적으로 500여만명이 거리응원에 나섰다.
거리응원의 메카로 자리잡은 세종로 네거리에는 지금까지의 거리응원전 가운데 가장 많은 60여만명의 시민이 몰렸다.
이들은 붉은 악마 응원단 복장을 하고 머리에 붉은 두건을 두른 채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한국팀의 선전을 열렬히 응원했다.
경기 시작 8시간여 전부터 나와 뙤약볕 속에서 경기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동아일보 전광판 앞에서 경기 시작을 알리는 축포 수백발이 터지고 오색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일제히 와하는 함성과 함께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이날 동아일보와 동아닷컴, LG는 공동으로 한국팀의 월드컵 4강 진입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경기 전 후반 시작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 등에 2000발가량의 축포를 쏘고 형형색색의 풍선을 하늘로 올려보내는 불꽃축제를 열었다.
또 대형 전광판 좌우에는 대한민국, 세계최강이란 문구가 새겨진 대형 애드벌룬을 띄워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전에서 21일 밤 도착한 송영민씨(23대학생)는 60년을 더 살아도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라며 애국가를 부를 때 왜 이리도 가슴이 벅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로 네거리 일대에서는 무궁화 조화를 판매하는 한 회사가 시민들에게 무궁화 1만송이를 무료로 나눠줘 무궁화 물결이 일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도 60여만명이 몰렸다.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네덜란드에서 온 혼성 2인조 가수 더블 디가 출연해 히딩크 송을 불러 응원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밖에 강남구 코엑스 광장과 잠실 야구장,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 평화의 공원,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야외무대 등에도 50여만명의 시민이 몰려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과 부산역 광장 등 부산의 거리 곳곳도 23만여명의 시민이 몰려 붉은 물결을 이뤘다.
얼굴을 태극기로 감싼 여대생 이미영씨(23)는 차두리 선수가 이런 모습을 보인 뒤로 이 같은 패션을 차두리 패션이라고 부른다며 멋진 오버헤드킥을 보인 차 선수를 특히 열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네거리에는 오! 필승 코리아 4강 진출 등 대형 현수막과 태극기가 내걸려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특히 이 지역에는 붉은 응원복 대신 흰색 바탕에 Be The Reds가 새겨진 응원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학생 한신씨(24)는 오늘 한국팀이 흰색 유니폼이라 하얀색 응원복을 입고 나왔다며 이탈리아전처럼 흰색 유니폼을 입고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응원에는 주말인 데다 공무원들의 주 5일제 근무제와 기업들의 휴무 등으로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내와 두살배기 아들과 함께 대전 한밭운동장을 찾은 공무원 유승기씨(37)는 모처럼 주말에 경기가 열려 가족과 함께 나왔다며 오늘의 추억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가장 많은 응원단(8만2000명)이 모인 남구 문학동 문학경기장과 야구장에서는 시민들이 붉은 상의에 태극기를 몸에 두르거나 소형 태극기를 손에 든 채 한국팀의 4강 진출을 기원하는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날씨가 무더워 시민들은 붉은 두건이나 타월 등 응원도구 외에 따가운 햇볕을 가리기 위한 양산과 모자를 착용하기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김남일 선수 가족들은 집 근처 송월동사무소 2층에서 80여명의 주민들과 함께 TV를 지켜보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천수 최태욱 김남일 등 대표 3인방을 배출한 부평고(부평구 부평4동)에서도 오후 1시부터 학생 교직원 주민 등 1000여명이 학교 강당에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전을 펼쳤다.
제주에서도 6만여명의 시민들이 서귀포 월드컵경기장과 제주경마공원 등 대형 전광판이 마련된 곳으로 나와 경기 응원전을 펴면서 여가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