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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지금 표류중"

Posted June. 17, 2002 23:35,   

미 경제도 출구 없는 딜레마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은 15일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은 세계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며 연말까지 33.5%의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강한 달러 정책은 유지될 것이며 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오닐 장관이 강한 달러 정책 고수를 여러 차례 언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는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말까지 달러 가치 하락이 지속돼 1유로에 96센트, 1달러에 115엔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경제 회복의 동력으로 작용해온 소비활동도 위축되면서 회복된 경제가 곧바로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경기침체(Double Dip)론이 부활하고 있다. 소매판매는 5월 들어 4월(1.2%)보다 크게 감소한 -0.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감소폭으로 바로 증시에 충격으로 반영됐다. 뉴욕증시의 경우 14일 장중 한때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전날보다 무려 27.93포인트나 빠진 981.63으로 911 테러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일 발표될 14분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1000억달러를 넘어 국내총생산(GDP)에서 경상수지 적자의 비중이 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3분기 만에 최고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재정적자도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미 의회 예산국은 전망했다.

이처럼 경제에 악재가 쌓이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대응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7일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인 금리를 놓고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손발이 다 묶여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FRB는 3월 경기부양에서 중립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했다. 경기가 회복세에 있기 때문에 금리의 추가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미 연방기금 금리는 1.75%로 40년래 최저수준에 머물러 있다.

FRB가 만약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면 경기 부양효과는 적고 FRB가 경기 침체를 인정했다는 신호를 보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경제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그린스펀 의장은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금리에 손을 댈 수 없는 방관자의 입장에 처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정안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