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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무현 후보의 부적절한 말

Posted May. 30, 200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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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쳐도 괜찮다. 나머지는 대강해도 괜찮다는 것.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28일 인천 부평역에서 열린 정당연설회 도중 한 말이다. 노 후보는 자신의 말이 남북대화만 잘 하면 다른 것은 좀 덜 잘 돼도 될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깽판 대강은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노무현식 레토릭(수사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식있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 말을 듣고 대부분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후보의 말이라는 데 이르러서는 걱정스럽기조차 할 것이다. 노 후보는 자신의 정제되지 못한 말의 불안정성에 대해 숙고해야 옳다. 말의 불안정성은 인식의 불안정성으로 비칠 수 있다. 비록 반어법()이라 할지라도 국정 책임을 맡겠다는 인물이 나머지는 대강이라고 할 때 국민 입장에서는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노 후보는 같은 날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내에 한나라당 이회창() 체제를 지원하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가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슬금슬금 흘리는 데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검찰에 대해 몇 차례 경고했던 노 후보가 구체적으로 이회창 검찰을 적시한 것인데 이 또한 매우 부적절한 말이다.

설령 검찰 수사에 불만이 있더라도 이렇게 말해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란 우선적 가치를 공당의 대통령후보가 자의적으로 훼손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무엇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는 첫째 요인이 여전히 권력 측에 있다고 보는 다수 국민이 노 후보의 역()정치검찰론을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 후보는 길게 보아 무엇이 나라의 바른 틀을 만들어 가는 데 소중한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말은 인식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