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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잘못되면 헌법 탓?

Posted April. 22, 20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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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양 육대주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그러한 나라, 한국의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한편으로는 우리가 한국을 어떤 나라로 이룩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을 구성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룩하려는 나라가 지향하는 이상과 목표 및 방향을 대한민국 헌법만큼 잘, 그리고 권위적으로 표현한 문건 내지 청사진은 따로 없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를 규율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법규범이지만, 동시에 민주시민 교육의 목표를 가장 훌륭하게 밝히고 있는 청사진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만한 자유민주주의와 경제적 부를 누리게 된 것도 대한민국 헌법에 의거해서이다. 우리나라 헌법 조문 전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 전문()이라도 한번 읽어 보라.

평화적 통일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이라고 하여 헌법이 표방하고 있는 이상과 목표를 달성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그러한 나라가 되도록 되어 있다.

국민이 나라를 세움에 있어 그 뜻을 모아 모두의 이상과 목표와 방향을 만방에 선포해 이를 지키겠다고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 헌법이 마땅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 여러 나라 가운데에선 우리나라말고는 없을 것 같다.

헌법을 자유와 평등 및 번영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아니하고 제약이나 억제의 장치로 생각하여 무엇이 잘못되면 그것이 마치 헌법의 잘못인양 걸핏하면 헌법을 고쳐왔고 아직도 개헌논의가 일고 있다.

영국 미국 프랑스와 같은 선진 민주국가의 국민이 지니는 공통적인 특징은 자기나라 헌법을 신성시하며 아끼고 지키는 마음이다. 영국은 성문헌법이 없어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헌법)을 잘 지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원래의 헌법에 단 한자도 손을 안대고 전부 27개의 개정조항을 붙여나갔는데, 처음 10개는 최초의 헌법을 발효시키면서 바로 채택한 것이라 실질적으로는 200년에 걸쳐 17개의 개정만을 한 것이다. 우리와 비교하면 그나마도 정부형태와 관련이 없는 상대적으로 중요치 아니한 부분의 개정만 있었을 뿐이다. 원래 미국헌법의 대통령 선출방식은 간선제이지만 관행으로 직선제처럼 운영하고 있다. 개정이 능사가 아니라 운영의 정신이 중요한 것이다. 또 미국에서는 국적을 취득할 때에는 미국헌법을 외우거나 읽어보게까지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789년의 인권선언을 아직도 헌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이 자기나라 헌법을 끔찍이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가짐은 공교육이나 사회교육을 통해 양성되는 것임은 물론이다. 자기나라 헌법에 대한 사랑과 지식이 헌법전문가만의 전유물이어서는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헌법에 대한 사랑과 지식은 민주시민 교육의 일부여야 한다.

과거 국정교과서의 뒤쪽에 국민교육헌장과 같이 정부가 정한 선언이나 맹세를 인쇄해 놓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의 그 자리에 대한민국 헌법전문 정도는 실어야 한다. 또 중고교 단계에서는 그 수준에 맞는 민주시민 교육으로서 헌법교육을 실시함과 아울러 부록으로라도 헌법 전부를 실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나아가 교육기본법 제2조의 교육이념으로 표현해 놓은 것을 헌법 전문으로 대체해 넣어야 한다. 헌법 전문이 교육기본법 제2조보다 단연 더 훌륭하게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취임선서 시 헌법 준수를 다짐하게 되어 있다. 헌법의 준수는 헌법재판소나 대통령만의 책무가 아니고 국회의원을 위시한 모든 공직자와 민주시민의 책무이기도 하다.

헌법의 준수만큼 더 큰 국민의 의무는 없다. 단순히 헌법지식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헌법정신을 모른다고 할 경우 민주시민의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할 경우 마땅히 헌법교육도 요구되어야 한다.

최대권(서울대교수, 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