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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끄러운 마음으로 시작하라

Posted January. 18, 200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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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신임 검찰총장은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검찰총수로서의 임무를 시작해야 한다. 심지어 야당까지 자신의 취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정도로 검찰 안팎의 우호적인 분위기에 홀려 깜빡 취해서는 안 된다.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코멘트는 시작에 불과할 뿐 결코 끝이 아니다. 8개월 전 검찰을 떠났고 비호남 출신인 이 총장은 이번에 자신이 기용된 배경엔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새기며 일을 시작해야 한다.

현재의 검찰은 전임 총장이 뭇매를 맞고 중도 퇴진한 여파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검찰이 겪고 있는 총체적 위기는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의 인사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검찰 조직 자체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검찰은 국민의 정부 아래에서도 여전히 정치권력의 시녀라는 의혹을 벗지 못했으며 비리에 연루된 총장 동생의 처리를 일벌백계의 자세로 다루지 못할 정도로 권력자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진실로 신임 총장을 스스로 천명한 탕평인사 원칙에 따라 검찰 쇄신을 위해 임명한 것이라면 검찰은 오명()을 씻을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 총장은 이 기회를 살려 검찰을 정치권력의 영향에서 벗어나 신뢰받는 사정의 중추기관으로 다시 세워야 할 책임이 있다. 검찰이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도록 이끄는 것도 이 총장에게는 검찰을 바로 세우는 다시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총장은 또한 이용호 게이트 특검수사를 통해 입증된, 현재의 검찰이 본연의 임무인 수사에서도 많은 허점을 보인 부끄러운 조직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검이 출범 한달여 만에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인사인 대양상호신용금고 소유주 김영준씨를 체포하고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를 구속함으로써 그동안 검찰수사가 부실덩어리였음이 드러났다. 이철희 장영자씨 어음사기사건 등 여러 건의 초대형 비리사건을 파헤쳐 당대 최고의 검사라는 평가를 받은 이 총장이 할 일은 자명하다. 각종 게이트에 대한 철저하고 완벽한 수사를 하도록 조직을 독려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 총장의 첫 과제는 검찰조직의 쇄신이다. 만신창이가 된 검찰조직을 바로잡고 국민적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도 쇄신작업은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연 학연 등 전근대적 연결고리 대신 능력과 자질에 따른 공정한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신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이 모든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