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내! 조금만 더 하자고!
5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브루스 아레나 미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굵은 빗방울을 뚫고 그라운드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온 몸을 적시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않고 연방 허연 입김을 내뿜는 19명의 미국 선수들의 발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졌다. 여독에 밝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선수들의 몸놀림만큼은 활기찼다.
빈 공간!을 외치며 선수들의 전진 패스를 지도하는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오자 아레나 감독의 눈길이 저도 모르게 건너편 한국팀 훈련장으로 향했다.
9일 오후 5시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으로 친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던 두 팀은 공교롭게도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한조에 편성되면서 훈련에서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거쳐 서귀포에 입국한 미국대표팀은 짐을 풀 새도 없이 곧바로 그라운드로 달려나왔다. 바로 옆 구장에서 한시간 전부터 훈련을 하고 있던 한국대표팀을 슬쩍 쳐다본 후 아레나 감독은 곧바로 현장에 몰려든 10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에게 시위라도 하듯 러닝, 체조, 미니게임으로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을 펼쳤다.
아레나 감독은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겠지만 우리는 유럽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이 합류하지 않아 100% 전력이 아니다며 연막을 치기도 했다. 공격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역시 우리는 골결정력이 약하다. 월드컵에서는 득점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이 걱정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미드필더 코비 존스는 우리는 두꺼운 선수층이 장점이며 좀 더 경험을 쌓는다면 내년 대회때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미국이 그라운드를 반만 쓰며 짧은 패스 위주의 미니 게임을 펼친 데 반해 한국은 그라운드 전체를 쓰며 공격 전술을 가다듬는 실전 훈련을 펼쳤다. 양팀 감독은 각자 자신의 팀 지도에만 열중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라운드 전체에는 알게 모르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9일 친선 경기는 어느새 양팀간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로 승격돼 버렸다.
한편 미국팀의 입국과 함께 월드컵조직위원회 안전대책통제본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안전본부는 이날 미국축구대표팀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전담 신변보호대를 배치해 제주공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편에도 사복차림으로 동승했고 숙소인 모 호텔에서도 24시간 경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