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고 12월 대폭 개각을 예고하자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 정치권 전체가 흔들리면서 일상적인 국가 기능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양상이다.
대()테러 전쟁과 뉴라운드 출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해외 여건이 급변하는 데다 국내에도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행정부는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면피주의와 복지부동까지 겹쳐 정부 기능 및 행정 서비스가 벌써부터 일부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정기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 건강보험 재정분리 교직원 정년 62세에서 63세로 연장 남북교류협력 및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금융실명제법 개정 등은 현 정부가 시행해 온 정책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어서 정책의 일관성도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데다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여당의 전폭적인 지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세법과 관련해 국회의원을 통한 청원이 들어왔거나 개정안이 제출된 것만도 30여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했던 정책 중 일부가 좌절되면서 관료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교육개혁과 의약분업 및 주 5일 근무제 등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면서 관료들의 좌절감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상황에 대폭 개각이 예고되면서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이른바 정치관료도 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최근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정치적 상황에 편승한 일부 공무원들의 기회주의적 보신주의적 행태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장승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중국의 부상과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금융위기 등 해외 여건이 어려워 내년 한 해가 중요한 고비라며 관료가 정치상황에 휩쓸려 일손을 놓으면 한국은 제2의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