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천당으로 간 기분이었어요.
두 차례나 동점홈런을 허용, 본의 아니게 올해 월드시리즈를 가장 극적인 명승부로 몰고 갔던 김병현(22)은 우승이 확정된 뒤 정말 큰 일 날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만 만약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그 후유증이 모두 김병현에게 돌아갈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김병현이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서 연속으로 9회말 동점 투런홈런을 허용하자 미국 언론에선 전도유망한 22세 청년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받았을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충격적인 홈런을 맞은 뒤 사라져간 투수들은 많았다. 93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조 카터에게 결승홈런을 맞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미치 윌리엄스, 96년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짐 레이리츠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마크 홀러스. 이들은 그 뒤로 이렇다할 성적을 남기지 못하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사라졌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5승6패19세이브 평균자책 2.94에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중 피안타율(0.173) 1위에 오르며 애리조나의 떠오르는 수호신으로 자리잡았던 김병현. 월드시리즈에서의 그의 과오가 우승에 묻히지 않았으면 야구선수로서의 앞날에 커다란 장애가 될 법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