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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엔 없다 피도 눈물도 양보도

Posted October. 12, 20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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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두산의 플레이오프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만들어낸 팀간의 대결이라는 것 외에도 팬의 가슴을 설레게 할 볼거리가 충분하다. 일단 양팀이 12일 수원구장에서 열리는 1차전 선발로 임선동(현대)과 구자운(두산)을 내세운 가운데 눈여겨볼 관심거리는 뭘까.

과연 형제는 용감할까?형, 우리 형제끼리 보너스 받게 됐네? 이틀 전 전화통화에서 정수근(두산24)의 동생 정수성(현대23)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되자 흥분된 목소리로 형에게 자랑을 늘어놨다. 수근-수성 형제는 나란히 덕수정보고 출신으로 쏙 빼닮은 얼굴에다 플레이 스타일까지 비슷한 닮은꼴. 하지만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고 정수근은 프로에서 일찍 빛을 본 데 반해 정수성은 97년 입단 후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 요원이 고작으로 1군경기나 포스트시즌에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선 정수성이 뛰게 됐으니 형과 동생이 모두 신이 난 것은 당연한 일. 형 수근은 선배입장에서 시즌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니까 경기에 나가면 항상 신중하게 플레이하라며 점잖게 동생 수성에게 충고했다고.

심-심의 전쟁올해 2월9일. 프로야구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심정수(현대)와 심재학(두산)이 맞트레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두 선수의 팀내 비중과 두꺼운 팬층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깜짝 트레이드였다.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멤버였던 심재학은 황당하다고 했고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주축으로 구단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던 심정수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최고의 어깨로 포지션도 우익수로 같은 데다 화끈한 방망이를 보유한 둘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의 보유자. 1년 만에 팀을 바꿔 옛동지를 적으로 삼아 맞붙게 된 둘의 맞대결은 최고의 관심사다.

용병 대 용병두산 우즈와 현대 퀸란은 팀공헌도면에서 A급에 해당되는 용병들. 우즈는 파워 넘친 방망이로, 퀸란은 뛰어난 수비에다 간혹 터지는 장타력으로 단단히 한몫을 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우즈와 퀸란은 나란히 홈런을 터뜨렸지만 MVP는 2-2 동점에서 결승 3점포를 날린 퀸란이 가져갔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이들의 한방을 지켜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