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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산업 마이너스 성장

Posted July. 26, 20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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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며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끌어온 PC산업이 성장동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PC 수출은 9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며 상당수 관련기업들이 PC사업을 포기하거나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장기 침체국면에 들어선 데 이어 PC산업마저 뒷걸음 성장을 보이면서 정보통신 강국을 지향해온 산업전략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PC 판매량은 140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7만여대 보다 21%나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PC수출도 두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는 등 이중악재를 맞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PC와 PC 주변기기의 총수출액은 52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가 줄어들었다. 외환위기를 거친 98년 이후 PC 수출이 감소된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실적은 올해 수출이 4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당초 정부와 업계의 예상을 크게 빗나간 것이다. 지난 2년간의 수출 성장률이 각각 99%(99년), 86%(2000년)였음을 감안하면 거의 곤두박질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PC업계의 불황은 특히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예외 없이 확산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24분기(46월) PC 매출량이 14분기(13월) 95만대의 60% 수준인 60만대에 그쳤다. 국내 1위 업체인 삼성전자도 24분기 국내 판매량은 14분기 52만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수출물량이 줄었다.

PC업체 가운데 문을 닫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98년 PC수출 1위 업체였던 대우통신은 최근 PC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자체 노트북PC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정부가 인터넷 보급 확산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인터넷 PC사업의 경우 올 들어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이미 5개 관련업체가 사업을 중단했다.

올 초만 해도 수출 물량을 대기 위해 밤늦게까지 가동되던 공장들도 일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PC 수출의 90%를 차지했던 삼보컴퓨터는 미국 e머신즈사업의 부진으로 타격을 받았다. 인큐브테크(구 엘렉스컴퓨터)는 얼마 전 서울 금천구의 PC조립 공장 문을 닫았다.

PC산업의 부진은 세계 IT경기의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조사전문업체인 IDC는 최근 올 2분기 전 세계 PC 판매량이 작년보다 3% 줄어 16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컴팩 델 게이트웨이 등 메이저업체들도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국내 PC산업이 부진한 것은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저가형 PC 수출에만 안주해 첨단 디자인과 복합기능으로 무장한 신개념 PC와 인터넷정보기기, PDA 등이 주류로 떠오른 세계시장의 변화를 좇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극소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구조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책임연구원은 PC 같은 정보기기의 경우 저가품은 환율과 수급변동 같은 외부충격에 민감하다며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한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