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라는 비는 찔끔 오고..."

Posted June. 13, 2001 16:03,   

민주당김중권() 대표는 당 관계자 90여명과 함께 경기 화성시 송림부락에서 2시간반 동안 모내기 작업을 도왔다.

마침 단비가 조금 내려 농민들이 높은 분들이 오시니까 비가 온다며 좋아하자 김 대표는 지성이면 감천이듯 하늘도 감동해 비를 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또 양수기와 경운기가 부족하다는 농민들의 호소에 내일 당장 장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7t 용량의 레미콘 55대에 실어 온 물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부근 마을의 이장들이 미리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레미콘이 도착하면 서로 자기 마을로 끌고 가려고 다투었던 것.

일부 농민들은 대로변의 논은 물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높은 양반들이 와서 불필요한 물을 퍼주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주지 않는다, 이앙기로 30분이면 마칠 모내기를 아침부터 몇 시간 동안 북적거리며 사진만 찍는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회창() 총재는 의원 및 당직자 50여명과 경기 광주시 실촌면에서 맨발로 이앙기를 직접 몰며 모내기를 했다. 그는 농민 30여명과 즉석 간담회를 갖고 자조후천조()라고, 우리 힘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하늘이 도울 것이라고 말한 뒤 물대기 작업용 살수차 두 대 분의 성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당 행사에 참석한 뒤 출발, 교통체증에 걸려 예정보다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당직자들이 이 총재가 올 때까지 모내기 작업을 못하게 했다. 한 농민이 기다리다 지쳐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자 한 의원은 먼저 작업을 하면 총재가 와서 할 게 없다고 말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어떤 당직자는 농민들에게 총재가 오면 총재님이 오시니 비도 오는 것 같다고 말하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당직자들은 이 총재가 도착한 뒤 각설이타령을 개사해 남북한 대표 이회창 총재님 나오신다고 노래했다. 이 총재가 실제 모내기를 도운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자민련김종필() 명예총재는 당직자 100여명과 경기 여주군 당진리를 찾아 박용국() 여주군수로부터 브리핑을 듣고 금일봉을 전달했다. 박 군수는 마침 가랑비가 내리자 김 명예총재께서 방문하시니 드디어 비가 온다고 말했다.

JP는 방한 중인 덩샤오핑() 전 중국최고지도자의 셋째 딸 덩룽()씨와의 오찬 약속 때문에 곧바로 상경했다. JP를 만나러 나온 농민들이 농촌을 살려달라는 말을 전하려 했는데라고 아쉬워하자 당직자들은 국제적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한동() 국무총리는 경기 양평군 금왕리 일대를 찾아 현황을 보고 받고 농민들을 격려했다. 이 총리는 당초 강원 양구군 동면 일대를 순시하려 했으나 이 지역에 비가 내리자 방문 지역을 변경했다.



박성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