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에겐 비상이 걸려 있다. 우선 낮술금지령이 내려졌다. 점심시간이면 가끔 자연스레 반주()가 오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금주령이 발동된 것.
또 점심시간을 철저히 지키라는 엄명도 떨어졌다. 점심시간 지키기는 행정자치부 주도로 전체 공무원들에게 내려진 지침이지만 공정위에서는 유독 강조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남기() 공정위 위원장의 특별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위원장의 특별지시가 떨어져 직원들의 기강이 바짝 서 있습니다.낮에 얼굴이 불콰해져 사무실에 들어갔다가는 시범케이스에 걸립니다. 공정위의 한 국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면서 최근 어렵사리 만들었던 외부인과의 약속을 깰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기자들이 전화를 자주 하는 바람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며 약속보다 자리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고 반문했다.
행정자치부와 감사원이 각 부처를 훑어보는 합동점검이 굳이 공정위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과천관가나 중앙청사라면 모두 해당되지만 공정위가 두드러지게 기강단속에 나선 것이다.
다음달에 신문사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발표하면 또 시끄러울 것 같으니 미리부터 근신하라는 얘깁니다. 공정위 한 간부는 최근 입단속 몸조심 현상을 이렇게 풀이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간부들을 모아 놓고 발언자 색출작업을 벌인 적이 있다. 신문사에 대한 조사가 간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됐는데도 마치 찬반양론이 격렬했던 것처럼 외부로 알려진 데 대해 얘기한 사람을 밝혀내라는 고위간부 지시에 따른 것이다. 결국 이 작업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모두를 의심하는 불신만 남기며 마무리됐다.
공정위가 본업인 기업조사 업무보다는 언론사 조사 및 신문고시 제정에 열중한 지 3개월 반이 지났다. 상당수 공정위 공무원들은 성역이던 언론사를 파헤쳤다는 자부심보다 공정위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궁금해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