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기자의눈]''국민이 잘살고 봐야''

Posted May. 20, 2001 08:55,   

사회주의로 경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베트남 호치민시 사회과학연구원 교수인 행 박사는 지난주 베트남을 방문한 통일부기자단에게 86년 도이 모이(쇄신)정책을 들여온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행 박사는 사회주의도 결국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경제와는 맞지 않았다며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개인의 권리와 창의성을 보장하면서부터 베트남은 비로소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회과학원 웅옌 니아 원장은 베트남이 시장경제체제를 갖춘 뒤 연간 500만t의 쌀수출 2위 국가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 경제를 운용할 때는 국민의 80%가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국가이면서도 쌀을 수입해야 했다고 사례를 들기도 했다.

실제로 베트남 시장경제의 활력은 눈부시기 그지없다. 99년 374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약 600달러로 가파르게 뛰어올랐다는 게 현지 한국영사관 관계자들의 말이다.

베트남 현지를 둘러보면서 자연스레 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떠올랐다. 물론 베트남과 북한을 수평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베트남은 북한과는 달리 통일을 먼저 이뤄낸 뒤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반면 북한은 시장경제로의 개방 자체가 체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월 중국 상하이()의 개혁개방 현장을 직접 둘러보았다. 최근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잇따라 수교하는 등 대서방 접근 움직임도 빨라졌다. 북한이 조심스럽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사회주의경제와 시장경제 모두를 경험한 베트남이나 중국의 경험은 북한에도 교과서가 될 것이 틀림없다.

베트남 투자계획부 룬 빅호 원장은 국민이 잘 살아야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도 가슴깊이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