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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MD계획과 한반도

Posted May. 02, 2001 09:33,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미사일방어(MD) 발표에 세계가 긴장하며 주목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일 오전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MD계획 추진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의 이해를 구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미 선거공약으로도 내걸었던 MD 건설 문제는 세계적인 안보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 사안이다. 적 미사일이 자국 영토에 도달하기 전에 육해공에서 요격한다는 MD 구상은 잠재 적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효용성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MD 추진의 명분으로 탈냉전 이후 소량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불량국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러시아 중국 등은 이에 대해 미국이 21세기에도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발해왔다.

이번에 부시 대통령은 기존 국가미사일방어(NMD) 개념에서 미국의 우방 및 동맹국의 안보까지 포함시켜 MD라는 다소 변화된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이제 이 문제는 우리의 현안이 되었다.

무엇보다 MD 계획은 특히 부시 행정부가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 및 테러국가로 지목하고 있는 북한과 직접 관련돼 있어 한반도 주변에 심대한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MD는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으로 꼽히는 동북아에 대규모 군비경쟁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고, 북미관계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북한은 미국이 NMD로 우리를 압살하려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의 당면 과제는 한미 동맹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동시에 러시아 중국 및 북한과도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는 성숙한 외교력을 키우는 것이 되어야 한다.

미국이 MD 추진을 공식 천명했지만 실제 배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국내적으로도 MD의 실효성을 놓고 상당한 논란이 일 것이 분명하고, 수천억 달러가 소요될 예산문제와 작년에 두 차례나 실험이 실패한 데서도 드러났듯 극복해야 할 기술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MD 추진의 전제 조건인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협정의 개폐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치밀하고 현명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