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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대건설 이렇게 부실할 줄이야

Posted March. 27, 2001 19:08,   

현대건설의 자본 잠식 규모가 예상보다 커 시장에 주는 충격이 적지않다. 그동안 정부가 근본적인 치유를 하지 않고 자금난을 호소할 때마다 땜질식 지원에 나서 종양을 더 키웠다고 본다. 현대건설을 살리느냐 죽이느냐 하는 결정은 건설업의 미래와 한국경제에 주는 충격,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비교해 결정할 일이지만 현대건설이 30여년동안 원자력발전소 고난도의 교량 등을 건설하면서 축적한 시공경험이나 기술력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회사다.

현대건설은 한마디로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건설기업이다. 현대건설은 작년에 차입금 이자와 이라크 미수채권의 손실처리로 적자 규모가 커졌지만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따라서 출자전환을 통해 금융비용 부담만 덜어주면 충분히 회생 가능한 회사이다. 채권은행단은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동아건설처럼 골치를 썩히다 결국 청산에 들어가는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건설업의 워크아웃 성공률은 제조업의 그곳보다 훨씬 낮다. 현장이 널려있고 수주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건설업은 주인없는 채로 놓아두면 동아건설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은 동아건설보다 더 크고 복잡한 회사다.

결국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현대와 건설을 잘 아는 기업에 인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회사가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현대건설에는 대주주와 연고가 있는 임원이 많아 가분수의 회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군살을 과감히 도려내지 않고서는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현대는 살아나기 어렵다. 출자전환한 후에는 대주주는 경영 일체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해주면서 대주주의 지분을 그대로 놓아두거나 경영책임을 묻지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이 있다면 배상책임도 지워야 할 것이다.

현대건설을 포함한 현대그룹 일부 계열사의 부실문제는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의 난제이다. 한국 건설의 간판기업인 현대 처리가 잘못되면 다른 건설회사들의 해외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쳐 해외공사 수주에 차질을 빚을 것이다. 채권은행단과 정부는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에 가장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