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없는 해외 일부 품목의 직접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사흘 만에 철회하고, 또 다시 고령자의 운전자 자격 제한 정책 잡음이 빚어지면서 정부의 정책 조율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에서는 정부 내에 정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풍과 부작용을 점검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레드팀(Red Team)의 부재가 정책 혼선이 되풀이되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정무 감각을 갖춘 정책-행정 전문가가 대통령실에과 정부 부처들에 부족한 탓에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판단하는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10총선 참패 이후 여당의 지도부 교체라는 과도기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정책 혼선 문제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국정운영 능력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대통령실 내에서는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이후 ‘주 69시간 근무’ 논란이 일자 당시 이관섭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산하에 젊은 행정관들을 중심으로 레드 팀 성격의 비공식 팀이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팀도 최근 정책 혼선을 막는 역할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관료 조직 특유의 경직성과 수직적 의사결정 과정 등이 결합하면서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소한 것도 MZ세대 행정관의 의견을 청취하고, 레드팀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며 “그런데 레드팀에서 의견을 내면 관료들을 불편하게 하고, 적이 만들어지니 최근에는 레드팀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 내 불협화음은 ‘공매도 재개’를 두고도 드러났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시사하며 시장이 들썩였는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매도에 대해서 정부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불법 공매도 해소, 투자자 신뢰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변화 없다”고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됐다.
김준일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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