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술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69·사진)이 28일(현지 시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2003년부터 총리와 대통령으로 20년간 집권한 그에게 사실상 ‘종신 집권’ 길이 열렸다.
튀르키예 선거관리기구는 29일 개표율 99.85% 기준 에르도안 대통령이 득표율 52.16%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6개 야당 연합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47.84% 득표에 그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속적인 고물가에도 낮은 이자율을 고수하는 기형적 정책과 올 2월 남부 대지진으로 경제위기가 더 악화돼 역대 어느 때보다 불리한 지형에서 선거를 치렀다. 그럼에도 이슬람주의와 민족주의에 바탕을 두고 국익을 앞세워 주변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한 튀르키예’를 호소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가 대립하는 가운데 ‘중재 지도자’를 자처하며 세계에서 튀르키예 입지를 높인 것도 승인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이번 승리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8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개헌을 통해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치러 이기면 추가 5년을 더 재임할 수 있게 해 이론상 2033년까지도 집권할 수 있다. 선거라는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장기 집권의 기반을 마련해 ‘신(新)권위주의’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미 친러’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미국 등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전선이 차질을 빚는 등 세계 안보 지형도 출렁이게 됐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판매하면서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고, 되레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했다.
강성휘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