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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명백한데, 아직도 ‘제도 타령’인가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명백한데, 아직도 ‘제도 타령’인가

Posted November. 03, 2022 07:31,   

Updated November. 03, 202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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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책임을 제도 탓으로 돌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이나 지자체가 없을 경우 경찰이 중앙 통제된 방법으로 군중 관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재난안전법 및 관련 매뉴얼에는 ‘주최자가 있는 참여자 1000명 이상의 지역 축제’는 안전관리계획을 세우고 경찰·소방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한 총리 등의 발언은 이태원 핼로윈 행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정부의 역할이 제한됐다는 취지로 들린다. 하지만 주최자가 없는 행사도 경찰과 지자체가 관여할 수 있다. 경찰관직무법에서는 극도의 혼잡 등으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경고, 피난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재난안전법에도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국가와 지자체가 경보 발령, 피난 지시 등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 만큼 경찰과 지자체가 사전에 대비를 하고 있다가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적극 개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당일 이태원 현장에서 시민들이 ‘사람이 너무 많다’며 112에 신고한 내용 중 8건을 위급 상황으로 분류하고도 1건만 출동했다. 서울경찰청은 ‘핼러윈 전 토요일 오후 10시 이후’ 이태원에 특히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력을 증원하지 않았다. 참사 사흘 전에는 이태원 상인들이 용산구 및 경찰과의 간담회에서 압사사고 우려를 제기했지만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중앙과 지방 정부 모두 법에서 허용한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모색하기보다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참사 직후 서울시는 시에서 주최한 행사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고, 용산구는 핼러윈 행사는 정식 지역 축제가 아닌 만큼 안전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관련 용어를 ‘참사’ 대신 ‘사고’로, ‘피해자’ 대신 ‘사망자’로 통일하기로 한 것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책임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을 포함해 참사의 후유증만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