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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 위기’ 팔라우 대통령 “차라리 폭격하라”

‘수몰 위기’ 팔라우 대통령 “차라리 폭격하라”

Posted November. 05, 2021 07:32,   

Updated November. 05, 20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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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직면한 남태평양 섬나라 팔라우의 수랑겔 휩스 주니어 대통령(53)이 기후변화 대처에 미온적인 선진국에 ‘도와주지 않을 거면 차라리 우리 섬을 폭격하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셜 제도, 몰디브, 사모아 등 비슷한 위기에 처한 나라들도 속속 동참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휩스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연설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을 향해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에는 품위가 없다. 우리는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으며 유일한 희망은 당신들이 쥐고 있는 구명 튜브”라며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천천히 사라질 운명인 우리가 고통받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바에는 차라리 우리 섬을 폭격하라”고 선진국을 비판했다.

 휩스 대통령은 미국 ABC방송에도 “(기후변화를 막을) 희망이 없다면 지금 끝내는 게 낫다는 의미에서 차라리 폭격을 하라고 했다”며 과격한 용어를 쓴 이유를 설명했다. 

 팔라우와 비슷한 처지인 이웃나라 마셜 제도 역시 동참했다. 이번 COP26에 대통령 대신 참석한 티나 스테지 마셜 제도 환경특사는 “누구도 이 세상에서 한 나라가 완전히 망가지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며 자신들이 기후변화 위기의 최전선에 있다고 호소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마셜 제도를 기후변화로 인한 수몰 위기에 처한 최우선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 또한 가디언 인터뷰에서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 상승 폭이 1.5도 이상이 되면 몰디브가 사라진다며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 억제 합의와 관련해 타협하지 않겠다.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 협정에 서명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을 두고 “유럽이 과거에 했듯 지구를 독살하는 것이 자신들의 권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국제 환경단체 ‘태평양 기후 전사들’에 속한 사모아 출신 환경운동가 브리애나 프루언이 또한 “우리는 기후위기의 ‘희생자’가 아니라 ‘투사’”라며 “태평양을 살릴 수 있다면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각국의 관심을 호소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