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김무성 “그동안 곪았던 게 터진 것”

Posted April. 15, 2016 07:20,   

Updated April. 15, 2016 07:23

ENGLISH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4·13총선 당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하루를 보낸 뒤 14일 오전 병원을 나섰다. 이날 면도를 못 한 김 대표의 얼굴은 총선 유세 강행군 때문인지 초췌해 보였다. 그러곤 자택이 들렀다가 몇 시간 뒤 정장 차림으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640일 만에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거였다.

 이날 공식 사퇴를 선언한 직후 김 대표는 국회 본관에서 의원회관으로 향했다. 그는 동행하던 기자에게 “총선에서 이렇게 크게 질 줄은 몰랐다. 그동안 썩고 곪았던 게 터진 거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는 당청 갈등과 계파 대립, 공천 파동 등에 따른 예고된 참사였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는 “이제는 당사에 가서 남은 업무만 처리하고 내 흔적은 지우고 나오려고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뒤바뀔 정도로 크게 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날 김 대표는 당사와 국회 당 대표실에 있던 자신의 짐을 모두 의원회관으로 옮겼다.

 이번 총선에서 김 대표가 주창했던 상향식 공천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래도 상향식 공천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며 “잘못된 공천도 많지 않았느냐”고 했다. 일부 지역에 단행한 전략공천의 폐해가 총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공천 파동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계의 패배 책임론에 대해 “친박계가 나를 공격할 수 있지만 그건 자기들 스스로를 깎아먹는 일”이라며 “지금은 민심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해야 할 때”라고 했다. 탈당한 유승민 의원 등 여권 성향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 문제를 두고는 “지금 얘기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 탈당 대신 백의종군을 선택해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20대 총선에선 패장(敗將)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처지가 됐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여권 내에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이라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그의 정치적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