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삭제된 미CIA 지도..정부, 6개월 지나 "확인중"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작성하는 월드 팩트북 인터넷 한국 지도에서 독도가 아예 삭제된 것으로 확인돼 외교부가 뒤늦게 원인 파악에 나섰다. CIA의 월드 팩트북은 세계 주요 기관들이 국가정보를 인용할 때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권위 있는 자료다.

5일 현재 CIA 인터넷 홈페이지(www.cia.gov) 월드 팩트북에서 한국을 선택하면 초기 화면에 한반도 지도가 뜨는데 검은색 글씨로 울릉도는 표기돼 있었지만 독도는 흔적은 물론이고 지명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넷상에는 지난해 6월 20일 최종 수정됐다고 표시돼 있다. 같은 날 최종 수정된 일본 지도에는 독도 위치에 섬을 그려 놓은 뒤 리앙쿠르 암()이라는 지명 표시까지 돼 있다.

CIA는 그동안 1954년 한국에 점령당한 리앙쿠르 암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한다는 설명과 함께 한국, 일본 지도에 모두 리앙쿠르 암을 표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수정된 한국 지도에서는 섬은 물론이고 이름조차 삭제하고 일본 지도엔 둘 다 표기해 누구든지 지도만 보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오해를 갖게 만든다.

만약 CIA의 이런 변화가 의도적이었다면 독도가 다케시마()라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의 대미() 로비가 먹혀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미국이 발간하는 지도가 결국 세계의 표준이 되는데 이를 바꾸는 데 일본의 노력이 상당히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삭제 경위를 파악하고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적절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대응도 허술하다. 지도 수정 시기는 인터넷에 지난해 6월 20일로 명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5일 지난해 말 인터넷 지도에서 독도가 삭제된 사실을 파악하고 변경된 이유와 향후 방침을 미국 정부에 문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반년이 지나서야 사태 파악을 했음을 시인한 셈이다. CIA는 또 이번에도 한국과 일본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했다. 외교부는 CIA에 일본해 표기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