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일TBS 사과하라 들끓는 온라인

Posted August. 10, 2011 06:09,   

ENGLISH

치졸하다. 피가 끓는다.

세상의 모든 욕을 다 모아 퍼부어도 모자라지 싶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성금을 낸 게 후회된다.

지금 인터넷에서 한국의 누리꾼들이 일본의 남성 개그맨 3명과 이들이 출연했던 일본 지상파 민영방송 TBS에 퍼부어대는 말들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는 TBS에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이 지난달 29일 시작돼 1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동참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한국의 누리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 개그맨들과 TBS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공분을 표시할까.

한국 여성 격투기 선수 불러다 농락

TBS는 지난달 3일 불꽃체육회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불꽃체육회는 여자 선수와 남자 연예인이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성대결을 벌이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 미녀 파이터로 불리는 이종격투기 선수 임수정(27삼산이글체육관)을 불러다 일본의 남성 개그맨 3명과 성 대결을 붙인 것이다.

임수정의 상대로 출연한 개그맨은 가스가 도시아키(31), 시나가와 히로시(39), 이마다 고지(45)다. 3분 3라운드로 치러지는 대결에서 3명의 개그맨이 한 라운드씩 돌아가며 임수정을 상대하는 방식이었다. 임수정은 여자이긴 하지만 프로 선수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글러브만 끼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개그맨들은 헤드기어를 쓰고 무릎 보호대까지 착용한 채 임수정을 상대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개그맨이라는데 발차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선봉이랍시고 가장 먼저 나선 가스가의 발차기 한 방에 임수정이 붕 떴다 링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경기 해설자가 이건 정말 버라이어티쇼가 아니네요라며 놀랐을 정도다. 가스가는 펀치와 발차기에 니킥까지 날려대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임수정을 몰아붙였다. 개그맨 3명 중 대장 역할을 맡은 이마다의 돌려차기에 가슴을 맞은 임수정은 마치 장풍에 밀려나는 사람처럼 또 나가떨어졌다. 임수정은 녹초가 됐다. 이 경기로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는 어이없게도 무승부 판정이 났다.

말만 개그맨, 사실상 선수급

임수정을 농락한 3명은 일본에서 꽤 유명한 개그맨이다. 이마다와 시나가와는 일본 최대의 희극인 매니지먼트회사인 요시모토흥업 소속으로 잘나가는 개그맨이다. 직업 개그맨이긴 하지만 셋 다 격투기에 일가견이 있다. 요시모토흥업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이마다의 프로필을 보면 특기가 격투기로 돼 있다. TBS가 내보낸 자막에도 이마다는 종합격투기 경력이 8년으로 나온다. 시나가와는 방송에서 종합격투기 경력 3년으로 소개됐다. 가스가는 대학 때 럭비 선수를 했고 2007년에는 이종격투기 대회인 K-1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는 준프로급이다.

이들의 이력도 이력이지만 임수정과 개그맨들의 체중 차이도 많이 난다. 아무리 오락 프로그램이라고는 해도 격투기는 체급경기다. 요시모토흥업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시나가와의 몸무게는 70kg, 이마다는 65kg이다. 가스가는 80kg이 넘는다고 한다. 임수정의 평소 체중은 55kg 정도다. 애당초 말이 안 되는 매치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가스가는 시합 때까지 한 달 정도 매일 체육관에 다녔다. 앞차기를 했을 때 임수정이 붕 날아갔다. 그때 (승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인터뷰를 했다.

엇갈린 주장

TBS는 이번 일이 논란이 되자 이번 대회가 각본대로 짜고 하는 게 아니라 실전이라는 것과 경기 규칙에 대해 설명했고 임수정도 이에 동의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TBS는 프로 심판이 경기를 진행했고 스튜디오 안에 의료진도 배치했다. 녹화가 끝난 뒤에도 임수정의 상태에 큰 문제는 없었고 임수정이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경기 방식을 미리 다 알려줬으니 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일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수정 측은 국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버라이어티 쇼이며 다 서로 약속된 상황에서 연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녹화 전에 들었다고 TBS와 엇갈린 주장을 했다. 임수정은 당시 상황에 대해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임수정은 미니홈피 대문에 걸어놓은 괜찮아라는 말로 지금의 심경을 표현했다.



이종석 김창원 wing@donga.com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