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옥 및 하천과 인접하지 않은 장소에 묻되 톱밥은 충분히 넣고 배출구는 적당히 만들어라.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기반으로 환경부가 제정해 전국 축산농가에 배포한 구제역긴급행동지침(2009년 10월 제정)과 조류인플루엔자(AI) 긴급행동지침(2009년 12월 제정)에 나오는 내용이다.
구제역, AI 확산 등 긴급 상황 시 축산농가와 지자체 공무원이 철저히 준수해야 할 매뉴얼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침 곳곳에 충분히와 적당히가 많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게 돼 있다는 것이다. 구제역 소를 묻은 매몰지 곳곳에서 2차 환경재앙이 우려되는 이유도 바로 구멍이 숭숭 뚫린 정부의 가축 매몰 매뉴얼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자가 행동지침을 분석한 결과 매몰지 선정 항목은 가옥, 수원지, 하천 및 도로, 집단거주지에 인접하지 않은 곳으로 사람과 가축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장소로만 나와 있다. 정확히 몇 m 떨어진 곳, 몇 m 내외, 경사 몇 도의 평평한 곳 등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최근 하천 근처, 산비탈, 배수로 등 매립이 적절치 않은 곳에 매몰행위가 발생해 유실, 붕괴와 침출수 확산 등의 환경재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매몰방법 항목의 경우 매몰 구덩이는 매몰수량을 고려해 사체를 넣은 후 사체 윗부분으로부터 지표까지 2m 이상, 바닥 비닐부터 흙 1m, 사체 높이 2m로 만 적혀 있을 뿐 몇 m에 소 몇 마리, 닭 몇 마리 등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천막이나 비닐로 톱밥을 충분히 포장해 고정하고, 배출구는 지면에서 적당한 간격으로 돌출시키고 등의 애매모호한 표현도 많았다. 하지만 농림식품수산부 측은 규정 자체는 완벽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