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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GDP 세계 10위

Posted April. 28, 2006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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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가운데 2005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했더니 한국의 GDP가 7930억 달러로 10위라는 것이다. 전년도 11위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IMF 사태라고 불렸던 위환위기를 겪은 것이 9년 전인데 세계 10위라니, 경축 플래카드라도 내걸어야 할 것 같다. 당초 정부는 2020년경에나 1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뜻밖에 정부는 조용하다. 재정경제부는 IMF도, 우리 정부도 경제규모 순위를 공식발표한 바 없다며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경제성장과 생산성 증가 덕분이 아니라 원화가치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졸지에 10위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4%에 그쳤는데 원화가치는 경쟁국에 비해 크게 올랐다. 게다가 이번 통계는 달러로 환산된 추정치일 뿐이다. 7월경 실질구매력 기준으로 정확한 경제규모가 발표되면 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환율로 인한 착시()현상을 잘 드러내는 것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5년 국민계정이다. 달러로 표시되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1만6291달러로 2004년에 비해 14.8%(2098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원화 기준으로는 2004년 1625만 원에서 지난해 1669만 원으로 2.7%(44만 원) 늘었을 뿐이다. 1달러의 가치가 2004년 연평균 1144원에서 지난해 1024원으로 11%나 떨어진 탓이다. 물가 등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체감경기가 좋을 리 없다.

어쨌거나 GDP는 각국의 경제후생 수준을 반영하는 가장 좋은 지표로 알려져 있다. 경제규모 세계 10위가 됐으면 삶의 질도 이에 걸맞아야 한다. 일자리 없이 삶의 질은 유지되지 않는다. 규제폐지, 공교육 향상, 노동시장 유연성 증진이 뒷받침돼야 일도 하고 소비도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다. 괜히 세금 부담만 글로벌 톱10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