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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웃음의 사랑게임

Posted July. 29, 200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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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틱 섹시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비밀은 성()과 웃음의 균형이다.

한 남자와 세 자매의 사랑은 한국 영화에서는 가장 발칙한 수준의 소재다. 만약 이 작품이 성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면 그저 야한 영화 정도로 분류됐을 것이다. 반면 웃음으로 일관했다면 보여주지는 못한 채 입으로만 떠드는, 성에 관한 농담으로 도배한 여러 영화 중 하나로 묻혔을 것이다.

누구나는 한국에서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감독 배우 제작자)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성에 대한 접근법과 고민의 수준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이 선택한 성과 웃음의 칵테일은 황금비율은 아니라도 꽤 만족스러운 맛을 낸다.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완벽한 매력남 수현(이병헌)과 세 자매가 각기 간직한 비밀이다.

영화는 여자의 첫사랑을 만족시키는 것은 남자의 마지막 사랑뿐이다(미영김효진), 사랑은 벼락처럼 다가와 안개처럼 사라진다(선영최지우), 오, 자유! 그대의 이름으로 죄악이 저질러지고 있나니(진영추상미) 등 세 자매에게 어울리는 격언을 자막으로 보여주면서 이들의 캐릭터와 앞으로 다가올 사랑게임의 색깔을 암시한다.

미영의 표현에 따르면 머리, 지갑, 외모가 꽉 찬 것도 모자라 성격도 쿨하고 섹시하기까지 한 수현이 세 자매 앞에 나타난다. 그는 쇼핑은 사랑이 아니지만 사랑은 쇼핑이라고 주장하는 자유분방한 막내 미영에게 솔직히 널 갖고 싶지만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문학소녀 타입의 둘째 선영에게는 지적인 모습으로, 남편의 무관심에 지친 유부녀인 첫째 진영에게는 그녀의 자존심을 일깨우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극중에서 수현은 세 자매와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모두 넘어서지만 그 섹스는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유머러스한 삽화에 가깝다. 소재가 파격적일수록 웃음은 강해져야 한다는 제작진의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이 작품의 영화적 오르가슴은 화면이 아니라 한 남자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세 자매의 심리와 감각적인 대사들이다. 영화는 미영이 전체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수현에게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나머지 자매들의 같은 남자에 대한 다른 기억들을 불러들인다.

영화에서 이병헌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것은 현실의 이병헌, 영화배우로 형성된 이미지, 극중 수현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생긴 것으로 바람둥이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그만의 향기다. 아일랜드 영화 어바웃 애덤(About Adam)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가문의 영광의 김영찬, 실미도 국화꽃 향기의 김희재가 각색을 맡았다.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라이방의 장현수 감독 연출. 30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