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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영애라면 폐인 됐을껄요

Posted November. 24, 2003 22:46,   

제가 영애라면 폐인 됐을껄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 신들린 연기를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김희애. 1주일에 6일씩 촬영을 강행군하고 있는 김희애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선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에서 과감히 손을 뗐다. 그리고 매일 밤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자기 방에서 수험생처럼 대본 연습에 몰두한다고 한다. 주말에 TV를 보며 연기를 모니터할 때도 미묘한 감정이 드러나서인지 남편과 아이들을 내보낸 채 방에서 혼자 본다고 했다.

김희애는 최선을 다한 연기가 의도치 않았던 오버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극중 주인공인 영애는 10여 년 동안 가정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완벽한 주부. 결혼을 반대한 시아버지로부터 10년 됐으니 사표 써라는 등 갖은 핍박 속에서도 꿋꿋이 가정을 지켜왔다. 시댁식구들은 영애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무릎 꿇고 사죄한다. 김희애도 1996년 결혼한 뒤 아이를 키우는 등 주부생활에만 몰두해왔다. 그가 7년만에 연기생활로 돌아온 이유는 뭘까.

한 가지에 푹 빠지는 자신이 가끔 무서울 때가 있어요. 결혼 전에는 일에 빠졌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 키우는 일에 푹 빠져 지냈어요. 그런데 너무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이 나중에 상처로 남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나 말을 가슴에 묻고만 지내면 90% 암이 된다잖아요.

영애는 죽음을 앞두고 남편의 오랜 친구 지나(이승연)에 대해 처음엔 질투도 하지만, 나중엔 남편과 아이들을 인수인계할 것을 생각한다. 김희애는 실제 제가 시한부 인생을 통고받는다면 바로 까무라쳐 정신병원으로 옮겨져 폐인이 될 것이라며 나는 영애처럼 죽음 앞에 침착하지도 못할 뿐더러 나대신 남편을 뒷바라지 해줄 여자를 인정할 만큼 넉넉하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극중 자주 거론되는 이혼에 대해 결혼 전에는 부부들이 툭하면 이혼하는 줄 알았지만, 막상 결혼해보니 결혼도 힘들지만 이혼은 더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사람 인연 끊는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희애는 아참, 고현정씨는 왜 이혼했대요? 뭔가 아는 거 없어요?라며 평범한 주부처럼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기자에게 물었다.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