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ebruary. 18, 2016 07:25,
Updated February. 18, 2016 07:32
지난달 6일 북한 김정은 정권의 4차 핵실험 직후 한미 당국이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측은 한반도 긴장 증폭을 우려해 재배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 원로 200여명은 어제 성명을 내고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이미 폐기됐음을 선언하고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 문제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금이야말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발표 이후 전량 철수했던 주한미군 전술핵의 재배치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라고 본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부터 번진 핵무장론(論)은 15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나왔다. 여당 원내대표가 정부 내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접은 ‘핵무장론’을 들고 나온 것은 느닷없다. 김무성 대표는 “개인 생각일뿐”이라고 일축했지만, ‘개인 생각’이 여과 없이 당의 공식 견해를 밝히는 대표연설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집권당의 어지러운 현주소를 보여준다. 자체 핵개발을 통한 핵무장을 하자면 먼저 안보의 보루인 한미동맹 및 미국의 핵우산 폐기를 각오해야 한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북한 같은 고립주의 정책을 쓸 수도 없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국정연설에서 우려한 대로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실전배치’가 시간문제인 상황에서 사실상 폐기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부여잡고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해야 하는 국민은 불안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깨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때는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연쇄도발을 자행하기 전이다. 절박한 사정변경이 생긴 만큼 전술핵 재배치도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미 정부 제출 보고서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전진 배치는 북한에 ‘핵으로 도발하면 즉각 대응한다’는 더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는 1974년 체결한 한미원자력협정과 75년 가입한 핵확산방지조약(NPT)에도 배치되지 않는다.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필요하다면 보다 유연한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 2011년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제기했던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 즉 소규모 전술핵을 배치하되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면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전술핵 재배치를 북핵 협상과 연계하는 안도 고려할 수 있다. 재배치 시한을 정해놓고 그 시한 내에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면 재배치 계획을 백지화하되, 결렬되면 재배치하는 것이다. 북핵이라는 비대칭 무기에 대칭할 전력은 역시 핵일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논의는 미국과 세계가 용인할 수 있는 전술핵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