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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 히잡 착용 의무화法 완화 검토”

이란 “여성 히잡 착용 의무화法 완화 검토”

Posted December. 05, 2022 07:48   

Updated December. 05, 202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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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에서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히잡 착용을 의무화한 현행법 완화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3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란의 이슬람 기반은 법적으로 견고하다. 다만 그러한 법률을 적용하는 방법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히잡 의무화 조치에 대해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인 것이다.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법무부 장관은 “의회와 사법부가 (히잡 착용 의무화) 관련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몬타제리 장관은 “지난달 30일 사법부 관계자들이 의회 측과 만나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1∼2주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이슬람혁명 4년 만인 1983년부터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했다.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올 9월 히잡 착용 불량을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의 죽음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 당국은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해 왔다.

 2일에는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이 사는 주택이 철거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카비는 10월 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를 치러 이란 시위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란 개혁파 언론 이란와이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경찰이 레카비의 주택을 철거했고 오빠 다부드는 내용을 알 수 없는 ‘위반 사항’ 때문에 과징금 5000달러를 부과 받았다고 전했다. 이란와이어가 공개한 영상에는 레카비의 것으로 추정되는 메달이 널브러진 집에서 오빠 다부드가 울부짖는 모습이 담겼다. 레카비가 철거된 집에 살고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이란 휴먼라이츠’는 현재까지 이란 시위 참가자 중 최소 448명이 군경에 의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대표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1만400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