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전쟁이 종전 합의도, 군사 행동도 없는 일종의 ‘냉전’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군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수개월간 이어지는 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양국 대치 상황의 장기화는 원유, 요소, 알루미늄 등 중동산 원재료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더 큰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28일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금융 제재, 해상 차단이 지속되는 가운데 ‘협상을 위한 협상’이 이어지면서 냉전시대와 유사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 양측이 전쟁 비용과 피해 증가를 우려해 확전을 꺼리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교착상태가 끝날 기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대신 미국이 대이란 해상봉쇄를 해제하고, 핵 문제는 별도의 후속협상에서 다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을 중단할 명분이 필요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포기 없인 발을 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미국의 전쟁 비용이 1조 달러(약 1480조 원)까지 불어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대치 장기화는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 등 선박 26척의 발이 묶인 한국에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대체항로 등을 통해 7462만 배럴의 원유를 5월 중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 수입량보다 50% 이상 많지만, 작년 월평균 도입량보다는 여전히 10%이상 적다. 게다가 ‘석유화학의 쌀’ 나프타 재고는 1개월분에 불과하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부가 정유사에 물어줘야 하는 비용도 매주 5000억 원씩 불어나고 있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중동의 주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회원국의 생산량을 통제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다음달 1일 탈퇴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유조선들은 중동산 대신 미국 석유를 구매하기 위해 멕시코만으로 몰려들고 있다. 북유럽 산유국 노르웨이는 해상 원유·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북극지역 굴착을 늘린다고 한다. 한국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도 당장 필요한 에너지 확보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