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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넘어 ‘인생 한 방’ 꿈… 즉석복권 긁는 청춘들

재미 넘어 ‘인생 한 방’ 꿈… 즉석복권 긁는 청춘들

Posted April. 30, 2026 07:59   

Updated April. 30, 2026 07:59


27일 오후 5시경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앞 복권 가판대 앞에 대학생과 젊은 회사원들이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30대 김모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재미 삼아 즉석식 복권 ‘스피또’를 사러 온다”고 말했다. 가판대 주인도 “최근 연인이나 친구끼리 스피또를 사러 오는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최근 20, 30대 복권 소비가 늘고 있다. 29일 동아일보가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10∼12월) 20, 30대 가구주의 월평균 복권 구매 비용은 918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831원)보다 10.5% 증가했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나이대 중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러한 흐름은 즉석 인쇄 복권 스피또의 유행과 맞닿아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스피또 브이로그’가 하나의 콘텐츠 장르로 자리 잡았다.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기는 영상도 속출하고 있다. 주로 당첨자가 많이 나왔다고 알려진 이른바 ‘복권 명당’을 찾아 스피또를 대량으로 산 뒤, 동전으로 긁으며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공유한다. 스피또 판매액도 늘어나고 있다.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스피또 판매액은 9622억 원으로 2022년(5678억 원) 대비 약 1.7배로 늘었다.

청년층 사이에서 스피또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즉시성’과 ‘소액 접근성’이 꼽힌다. 1장당 500∼2000원 수준의 소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데다, 로또나 연금복권과 달리 긁는 즉시 당첨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김예성 씨(28)는 “부담 없이 사서 바로 긁어 결과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팍팍한 경제 현실도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인생 한 방’에 대한 기대도 있다는 분석이다. SNS에 브이로그를 올리는 박신영 씨(34)는 “치솟는 물가 때문에 회사 월급만으론 생활이 빠듯한 게 현실”이라며 “당첨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행 산업 활성화를 우려하고 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지며 복권을 현실 탈출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스피또의 즉시성이 젊은 세대에게 유희로 다가갔겠지만, 이러한 행위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인과 사회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다인기자 da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