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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엄은 내란” 한덕수 1심 징역 23년

Posted January. 22, 2026 11:13   

Updated January. 22, 2026 11:13


〈5판용〉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14일 만에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서다.

재판부가 한 전 총리에게 내린 징역 23년형은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재판부에 요청한 징역 15년보다 무겁다. 30년 전 1심 법원이 같은 혐의를 받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선고한 형량과 비교해도 6개월 더 많다. 12·3 비상계엄 내란을 12·12 쿠데타 당시보다 엄중한 사건으로 판단한 것으로, 법원 내부에서는 이날 선고가 내달 19일 나올 윤 전 대통령 내란 사건 선고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12·3 계엄은 내란” 첫 판단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위로부터의 내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며 12·3 비상계엄의 성격을 이처럼 규정했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는 첫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이다.

내란죄(형법 87조)에 해당하려면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는(국헌문란) 목적,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이런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석열과 김용현 등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의회 민주주의 제도를 소멸하는 등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포고령을 발령했다”며 “다수의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을 점거, 출입 통제하는 등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 대해 “국무총리로서 12·3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위증했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계몽적 계엄’, ‘경고성 계엄’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논의되는 국가 긴급권을 ‘경고용’으로 행사하고 이를 정당화하며 헌법과 법률 질서를 부정하는 지지자들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언급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 헌법과 법률을 쉽게 위반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12·3 내란은 이처럼 잘못된 주장이나 생각을 양산하거나 그 상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위로부터의 내란은 친위 쿠데타…과거 내란보다 더 위험해”

특히 12·3 비상계엄 내란은 ‘아래로부터 내란’에 해당하는 1979년 12·12 쿠데타와 비교해봐도 그 위험성이 심각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하는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 자체를 뿌리채 흔들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판단했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등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진 만큼 ‘친위 쿠데타’ 발생에 따른 경제적·정치적 충격이 과거 내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로부터 내란이 성공하면 권력자는 독재자가 되고, 국민의 생명권 등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등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진다”고도 강조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없었고 계엄 해제 역시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이뤄졌지만 내란 시도만으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기존 내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30년 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태우 전 대통령은 1심 법원에서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2심과 대법원을 거쳐 징역 17년으로 감형돼 형이 확정됐다. 이날 한 전 총리에게 선고된 1심 법원의 형량은 노 전 대통령 때보다도 더 무겁다.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도와 12·12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이미 정권을 잡은 권력자가 이를 더 공고히 하고 지속하기 위한 내란이라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또 다른 부장판사는 “내란죄는 30년 전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례를 제외하면 참고할만한 사례가 없다. 2심과 대법원을 거쳐 양형 등에 대한 판단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국무총리, 주미대사 등을 역임한 인물로,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여러차례 국무총리 자리에 올라 ‘직업이 총리’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77세의 나이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깨끗한 공직생활’을 살았다는 평을 들었지만, 1심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징역 23년이 선고되며 법정구속됐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