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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서 中함재기 100회 이착륙” vs “日, 대만인근 軍시설 확충”

“오키나와서 中함재기 100회 이착륙” vs “日, 대만인근 軍시설 확충”

Posted December. 09, 2025 08:20   

Updated December. 09, 2025 08:20


중국 전투기가 6일 공해상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 비춤)한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8일 일본은 오키나와현 동쪽 섬들 사이에서 중국 항공모함(항모) 랴오닝의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이틀간 약 100회 이착륙한 사실을 공개하며 중국의 군사 위협을 지적했다. 중국도 같은 날 일본이 대만과 가까운 일본 서남부 무인도 마게(馬毛)섬에서 군사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한 이후 양국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만을 둘러싼 지역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건 상대방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양국의 ‘선전전’도 거세지고 있다.

● 中 항모 선단, 오키나와섬 U자로 에워싸며 이동 훈련

일본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격)는 중국 랴오닝 항모 선단이 지난달 5일 동중국해에서 오키나와섬 남서쪽과 미야코(宮古)섬 사이를 지나 태평양으로 항해했으며, 이후 오키나와섬 동쪽과 미나미다이토(南大東)섬 사이를 통과해 7일 가고시마현 기카이(喜界)섬 동쪽 약 190km 해역까지 진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랴오닝함에 탑재된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6, 7일 각 50회씩, 이틀간 약 100회의 이착륙 훈련을 했다고 통합막료감부는 주장했다. 오키나와섬과 미나미다이토섬이 있는 다이토(大東) 제도 사이 해역에서 중국 항모 전투기의 이착륙이 확인된 건 처음이라고 NHK는 일본 방위성을 인용해 전했다.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 항모는 오키나와섬을 U자 형태로 에워싸며 이동했다. 중국군이 대만을 에워싸며 훈련한 형태를 일본의 오키나와 주변에서 재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합막료감부는 “데루즈키 호위함을 활용해 경계, 감시, 정보 활동을 실시하고 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일본의 군사 활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8일 대만과 가까운 일본 서남부 마게섬 위성사진 2장을 공개했다. 지난해 5월 촬영한 사진에 없던 대형 구조물들이 올 9월 촬영 사진에서 포착됐다는 것.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2km급 활주로, 탄약고, 연료 인프라, 대형 군함 접안이 가능한 임시 부두 등 군사시설이 이미 갖춰진 형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마게섬을 활용해 동중국해에서 활동하는 중국 해·공군은 물론이고 중국 동부 연안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中 “허위 선전 중단하라” vs 日 “합당치 않은 주장”

앞서 중일 정부는 6일 중국 전투기가 일본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 일본 방위상이 7일 오전 2시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행태를 비판한 데 이어,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오후 “매우 유감스럽다. 중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엄중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7일 밤 대변인 문답 형태의 입장문을 통해 “일본 전투기가 중국의 정상적인 군사 활동에 빈번히 근접 정찰하고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해상 및 공중 안전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이라고 반박했다. 또 “일본은 즉시 중국의 정상적인 훈련 활동을 방해하는 위험한 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무책임한 허위 선전과 정치적 조작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8일 기자회견에서 “자위대는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면서 영공 침범 조치에 대응하는 임무를 하고 있었다”며 “자위대 항공기가 중국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을 심각하게 저해했다는 중국 측 지적은 합당하지 않다”고 재반박했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뉴탄친(牛彈琴)은 8일 “중일의 투쟁(갈등)이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양국 간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서방 국가들이 침묵해 왔지만, 만약 일본이 계속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어쩔 수 없이 일본 편에 설 수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황인찬 hic@donga.com